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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그랜저]①'L카'에서 'IG'까지

  • 2016.11.10(목) 09:33

86년 첫 출시 이후 30년간 시장 주도
고급차 대명사‥6세대 모델 출격 임박

현대차가 30년만에 6번째 그랜저를 선보인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성공과 궤를 같이해왔다. 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제는 '기함(旗艦)'의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랜저에 담긴 의미는 각별하다. 그동안은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원투수의 의미가 강하다. 어려움에 빠진 현대차를 구해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랜저에 담긴 성장의 역사와 의미,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현대차가 그랜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랜저를 통해 현대차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그 시장을 지금껏 지켜올 수 있었다. 쏘나타가 현대차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면 그랜저는 질적 성장을 가능케 한 시발점이었다. 그랜저는 지금의 제네시스를 있게한 토대였던 셈이다.

그랜저의 역사는 곧 현대차 기술의 역사다. 현대차는 그랜저에 당시 최고의 기술력과 편의 사양을 담았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자부심이었다. 현대차의 이런 생각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랜저는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대중차와 고급차를 구분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 '각(角) 그랜저'의 탄생


그랜저가 처음 등장한 것은 86년이다.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와 합작으로 대형 세단 그랜저를 내놨다. 현대차는 초창기 일본 미쓰비시와 제휴 관계를 맺었다.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스텔라, 엑셀 등은 모두 미쓰비시의 엔진을 사용했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이 내놨던 SUV 갤로퍼도 미쓰비시의 '파제로'를 도입해 만든 모델이다.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1세대 그랜저는 현대차가 디자인을 담당하고 미쓰비시가 기술 및 설계를 맡았다. 기본 모델은 미쓰비시의 1세대 '데보네어(Debonair)'였다. '데보네어'는 미쓰비시가 당시 일본 최고의 고급차였던 도요타의 '크라운(Crown)'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1세대 데보네어의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 미쓰비시 '데보네어'

이에 미쓰비시는 현대차와 함께 2세대 '데보네어' 생산을 계획했다. 현대차는 이를 'L카 프로젝트'로 불렀다. 그랜저는 한국에서, 2세대 '데보네어'는 일본에서 출시하는 형태다.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은 직선을 강조했다. 당시 트렌드였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1세대 그랜저를 '각(角) 그랜저'로 불렀다.

당시 국내 대형차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런만큼 소비자들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은 고급차를 찾았다. 여기에 한국은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다.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 1세대 그랜저

현대차는 이를 노렸다. '각 그랜저'는 출시와 함께 국내 대형차 시장의 80%를 가져갔다. 큰 인기였다. 반면 함께 개발된 형제였던 미쓰비시의 데보네어는 또 다시 도요타 크라운에 밀렸다. 데보네어는 결국 '미쓰비시 임원들만 타는 차'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반면, 같은 모델인 현대차의 그랜저는 대성공을 거뒀다. 아이러니했다.

현대차는 폭발적인 인기에 고무됐다. 처음 2000cc 수동변속기 모델로 출발해 이후 3.6 V6 모델, 2400cc 자동변속기 모델을 잇따라 출시했다. 여기에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술이었던 ABS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이었다. '각 그랜저'는 현대차로 하여금 대형차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 '그랜저=성공' 공식을 만들다

1세대 그랜저의 성공은 그대로 2세대까지 이어졌다. 92년 현대차는 1세대 그랜저의 '각'을 깎아 유선형 디자인을 갖춘 2세대 그랜저를 선보인다. 2세대 모델도 미쓰비시와 합작했다. '뉴 그랜저'로 이름 붙여진 2세대 그랜저는 1세대 모델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단종될 때까지 약 16만여대를 판매했다.

'뉴 그랜저'는 당시 기업체의 CEO나 국회의원들이 즐겨타던 모델이었다. 자연스럽게 성공한 사랍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뉴 그랜저'의 사양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우선 ECS(차체제어시스템)이 장착됐다. 여기에 처음으로 운전석에 에어백이 적용된 모델이기도 하다.

▲ 2세대 '뉴 그랜저'.

이 뿐만이 아니다. 냉장 쿨박스는 물론 글래스 안테나,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전·후석 AV시스템 등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다운 편의 장치를 갖췄다. 인테리어도 가죽 시트와 장미 무늬 우드 그레인이 적용되는 등 고급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뉴 그랜저'는 이후 '다이너스티'가 출시되며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내주게 된다. '다이너스티'는 '뉴 그랜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었다. '다이너스티' 다음에는 에쿠스가,최근에는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고급차로 라인을 잇고 있다. 결국 '뉴 그랜저'가 현대차의 고급차 역사의 실질적인 시작점이었던 셈이다.

▲ 3세대 그랜저 'XG'

3세대 그랜저인 'XG'는 지금까지도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차종이다. 2세대 '뉴 그랜저'까지가 기사를 따로 두고 차량의 오너가 뒷좌석에 타는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이었다면 3세대 'XG'는 차량의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owner driven)'의 시작이었다.

이와 함께 'XG'는 현대차가 그동안 그랜저를 생산하면서 함께했던 미쓰비시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었다. 'XG'는 유려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XG'가 출시됐던 98년은 IMF의 한파가 불고 있던 때였던 만큼 현대차는 'XG'의 가격을 낮췄고 그 덕에 그랜저 구매층의 연령대가 40대로 내려가 '그랜저'의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 대중적인 고급차


'그랜저'가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고급차로 거듭날 수 있었던 계기는 4세대 모델인 'TG'가 출시되면서 부터다. 2005년 현대차는 4세대 그랜저인 'TG'를 출시했다. IMF 한파를 이겨낸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해졌고 이는 곧 고급 세단의 수요증가로 이어졌다.

'TG'는 지금까지의 그랜저가 추구해왔던 디자인 콘셉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동안은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면 'TG'에는 스포티함을 가미했다. 3세대 'XG'때부터 그랜저의 구매 연령층이 낮아진 것을 포착한 현대차는 고급스러움에 스포티함을 더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 4세대 그랜저 'TG'

현대차의 이런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TG'는 준대형차로는 처음으로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쏘나타나 아반떼와 같은 중형, 준중형 차량이 아닌 준대형 모델이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TG'의 인기가 많았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1년 현대차는 5세대 모델인 'HG'를 선보였다. 'HG'에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반영됐다. 더불어 YF쏘나타와 같은 패밀리룩을 형성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가기 시작한 모델이기도 하다.

▲ 5세대 그랜저 'HG'

이와 함께 사양도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면발광 LED는 물론 아이써클이 적용됐고 GDI 엔진이 탑재돼 기존 엔진보다 출력이 향상됐다. 또 9개의 에어백과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스마트키, 급제동 경보 장치, 플렉스 스티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최첨단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이런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HG' 모델은 출시 첫 해인 2011년에만 1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지금까지 현대차의 최고급 모델로서의 역할은 물론, 국내 준대형 시장에서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제는 이달 출시 예정인 6세대 'IG'와 바통터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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