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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권역 폐지론'에 케이블TV '후덜덜'

  • 2016.11.11(금) 17:35

케이블 업계, '기업가치 하락 우려'
'지역성 콘텐츠는 어떻게?'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2016년 11월11일 한 케이블TV(SO) 사업장.


"김 부장, 지금 빼빼로가 입으로 넘어가요?"

"네?"

"미래부가 케이블 권역 제한을 폐지한다면서요."


"아…네…그거 근데 아직 결정된 건 아니잖아요. 12월에 발표 나는 거 아닌가?"


"태평하네요. 권역 제한을 폐지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IPTV 사업하는 통신사들이 작은 SO 하나 먹고 저희가 사업하는 지역에 치고 들어올 수 있잖아요? 스마트폰이랑 방송상품 묶어서 팔고, 그러면 저희는 '폭망'할듯."

"그렇죠…근데 그게 말처럼 간단치는 않습니다. 일단 '통합방송법'이 제정돼야 통신 사업자가 SO 인수할 수 있고요. 지금 시국을 보세요. 법 개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그렇긴 하네요."

"물론, 케이블TV 권역 제한이 폐지됐다고 가정하면, 케이블TV 인수·합병(M&A)에 관심 있다는 LG유플러스가 경기 성남시 권역을 가진 아름방송을 인수해서 인근 지역 '딜라이브', '티브로드'의 사업 영역을 뺏으려고 쳐들어올 수도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요?"

"케이블 사업을 하려면 망을 깔아야 하는데, 그건 돈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망을 깐 뒤에 영업도 하려면 시간까지 오래 걸립니다."

"그럼 문제가 아니군요?"
"아니요. 아니요. 이런 사정은 통신사보다 SO에 더 문제입니다."
"왜요?"

"저희는 통신사만큼의 자본력, 마케팅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 다른 권역을 넘보거나 M&A 경쟁에 나서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고요. 할 수 있는데 간 보는 것과 그냥 할 수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건 다르죠. 무엇보다..안 그래도 케이블 업계가 침체됐다고들 하는데, 권역 제한이 폐지되면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게 걱정입니다."

"무슨 말이죠?"

"저희가 사업을 키워 온 기반이 뭡니까? 저희가 IPTV 같은 사업자보다 나은 게 뭔가요? 각 지역에서 독점적 사업권을 가진 것 아닙니까."

"IPTV, 위성방송, OTT가 전국을 누비긴 하지만 케이블만 따지면 그렇긴 하죠."

"쉽게 말해 지금까진 다른 케이블TV에 안 뺏기는 가입자를 갖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언제든지 뺏길 수 있는 가입자를 가지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가입자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가치도 하락할 수 있죠. 정말 큰 두려움입니다."

"아…저희 입장에서 권역 제한 폐지는 '무한경쟁에서 싸워 이기거나, 더 헐값 되기 전에 팔고 나가거나'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요. 통신사가 케이블TV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죠. 개별 SO 중 하나가 통신사에 인수되기라도 하면 저희는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요. 미래부가 소규모 SO에는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했지만 안 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저희가 추진하던 '원케이블'도 물거품이 될 수 있죠. 전국 케이블 사업자들이 각자의 서비스와 기술 등 힘을 모아서 재기하려던 그 꿈이요."

"근데 '솔까말' 저희 주장, 요즘에 안 먹히는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집에서 TV 안 보고 IPTV,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걸 스마트폰으로 본다잖아요. 세상이 변하는 동안 너네만 뭐했냐는 소리도 나오는 판이고요. 저희가 지역성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다지만, 통신사가 지역성 콘텐츠를 더 잘 만들겠다면 어떡해요?"

"그 말도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닌데요. 권역 제한을 폐지하게 되면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 발생할 우려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건 또 뭐죠?"
"달콤한 것만 먹는다는 뜻인데요. 권역 제한을 폐지하면 사업자들이 돈 되는 시장에만 집중할 거란 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요."

"케이블은 망을 깔아야 서비스를 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 한 MSO가 지역 SO를 인수하고 10가구밖에 안 사는 곳에 망을 깔려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손익분기점이 100년 뒤에 나오더라는 우스개도 있었죠. 지역 독점권도 없는 상황에서, 돈 벌려는 사업자라면, 굳이 인구 적은 곳에 망을 깔 이유가 없겠죠. 대신, 인구 많은 도시를 장악하려고 하겠죠. 인수한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IPTV로 환승하라고 유도할 수도 있지요. "

"그리고요. 이런 식이라면, 지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케이블 방송에 반영되는 비중도 줄어들겠죠. 지역민 대상의 방송보다 전 국민 대상의 방송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이제 좀 알겠어요. 고민이 더 깊어지네요. 저도 빼빼로 좀 줘요."

 

 

 

 ※본 기사는 케이블TV 권역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학계, 업계에서 나오는 의견을 기반으로 대화형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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