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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대, 에너지재편]②태양광·배터리, 누가 더 타격?

  • 2016.11.16(수) 16:41

태양광, 미국 비중 크지 않아 "영향 제한적"
전기차 불확실성 커져..배터리 산업 '이중고'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이 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확장일로였던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위기감이 도는 반면 화석연료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도 시장 재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사업과 태양광·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

 

지구온난화 등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각종 지원과 혜택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도 급성장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태양광과 중대형 2차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은 2000년대 후반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춤했지만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으며, 중대형 배터리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관련 산업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국내 태양광 및 배터리 생산 업체들도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태양광, 기대에서 실망으로

 

당초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힐러리 클린턴은 에너지정책 2대 목표로 ▲임기 1기말까지 미국 전역에 태양광패널 5억개 설치 ▲향후 10년 이내 미국 전 가정에 청정전력이 공급되도록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을 내세웠다. 이는 2020년 말까지 태양광 설비용량을 140GW(2012년대비 7배)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오바마 정부의 청정전력계획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미국에서 태양광 수요가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특정 에너지자원에 대한 편애를 없애고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자율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보다 초기 설치 및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 현 시점에선 가격 경쟁력과 효용성 등에서 밀린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비용 지원 및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가 태양광 등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없앨 경우 관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에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화케미칼은 “내년 미국의 태양광 수요 위축 가능성을 예상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누가 에너지장관으로 취임하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트럼프의 보수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폴리실리콘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은 거의 없고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관련 사업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2017년 미국의 태양광 설치량은 전체 설치량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설치 수요 호조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과도한 우려에 대해선 경계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까닭이다.

 

백영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태양광 수요둔화 불확실성이 일부 있지만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시대 늦어지는데..배터리는 어떡해

 

전기차 시장 역시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가 그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석연료 개발과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트럼프가 그동안 강화했던 연비규제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미국 내 매장된 석유를 적극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바 있는데, 이는 2025년이면 달성하기 힘든 연비규제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시장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을 종합하면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의 조급증이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는 심장과도 같다. 전기차 시대가 늦춰지면 배터리 업체의 성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더해 신재생에너지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선 ESS가 필수다. 중대형 배터리는 전기차 뿐 아니라 ESS에서도 핵심 부품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올 들어 중국 정부의 규제 장벽으로 중국 현지에서의 전기차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 빠진 상태다. 미국에서의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를 배척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극단적인 내용이 많아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배터리 사업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고, 향후 미국에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혜택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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