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석탄기반 중국 "한숨"…원유기반 한국 "표정관리"

  • 2016.11.23(수) 06:09

中, CTO·MTO 증설후 석탄값 올라 '수익성 악화'
韓, 위기감이 '반사이익'으로..저유가로 수혜까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위협했던 중국의 석탄 및 메탄올 분해설비가 어려움을 맞고 있다.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설비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도 악화돼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저유가 덕에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NCC(나프타분해설비)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석탄과 메탄올을 통해서도 생산이 가능한 PVC와 EG 등 일부 제품은 석탄 가격이 오르자 제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NCC가 주력인 국내 기업 입장에선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 확대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 CTO·MTO의 몰락

 

중국은 지난 몇 년간 CTO(Coal To Olefin)와 MTO(Methanol To Olefin)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했다. 당시는 저유가 시대가 시작되기 전으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CTO 및 MTO를 통해 올레핀 계열 주요 제품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의지였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선 중국발 제품 공급과잉 현상 심화에 따른 제품 가격 약세와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 (2015년 기준)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하지만 현재 중국의 CTO와 MTO 설비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석탄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중국 정부는 오염원 배출량이 많은 석탄 채굴을 제한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10억톤 가량 줄이기 위해 신규 탄광 개발을 금지하고, 조업일수는 330일에서 276일로 줄였다.

 

석탄 공급량이 줄어들자 가격이 급등했고, CTO와 MTO 플랜트를 보유한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 입장에선 원료가격 부담이 커졌다. 특히 메탄올을 외부에서 구매해 EG와 PE 등을 제조하는 설비들은 원료비 부담이 절대적인데,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메탄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 주도의 생산 감소와 계절적 수요 증가가 맞물려 중국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며 “이로 인해 석탄 기업 업체들의 원가가 상승해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기업 반사이익.. 석탄 위협 없을 것

 

중국은 2004년 이후 석탄 기반 PVC 생산업체가 크게 늘었고, 현재 전 세계 PVC 제조 설비 가운데 중국 석탄 기반 설비가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석탄을 분해해 PE와 PP 등을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했고, 해당 설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탄 가격이 상승하자 PVC를 비롯해 PE와 PP 등의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NCC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에도 제품 가격이 상승하자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추세다.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실제 나프타 대비 MEG(모노 에틸렌글리콜)와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PVC 스프레드가 각각 300달러와 900달러, 720달러에 육박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석탄 채굴량 감소 계획이 2020년까지 진행되는 만큼, 석탄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국내 기업들의 스프레드 확대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석탄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위협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EG(에틸렌글리콜)다. 중국의 EG 생산능력은 780만톤, 이 중 석탄을 원료로 하는 규모는 약 190만톤 정도다.

 

중국 전체의 EG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60~70% 수준인데 최근 석탄 기반 EG 가동률은 40% 미만으로 급락했다.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EG 수요가 겨울에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 기반 EG 가동률 급락은 이들 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은 2018년까지 약 285만톤 규모의 석탄 기반 EG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 가격이 지금처럼 높다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미미하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제 석탄 기반 EG 설비가 증설돼 가동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CTO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의 석탄 기반 EG 역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제품 시황이 여러 요인에 의해 변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일부 제품 스프레드가 크게 상승했다”며 “중국 석탄 기반 설비 경쟁력이 약화됐지만 석유화학 제품은 유가 뿐 아니라 제품 수급 상황 등이 수시로 변하는 까닭에 안심할 순 없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