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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금리 상승에 '벌벌'…상쇄할 모멘텀 없나

  • 2016.11.24(목) 09:43

채권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평가손실 우려
10월 거래대금·ELS도 부진…연말 반락 관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금리가 치솟으며 증권사 전반에 실적 경고등이 커졌다. 금리 상승에 따른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4분기에도 이익 감소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0월 이후 증시 거래대금과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감소한 것도 기댈 구석을 더욱 좁게 만든다. 다만 미국과 다른 펀더멘털 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상승세가 제한되거나 연말까지 다소나마 하락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 금리, 트럼프 당선 후 0.3%P 이상 급등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보유채권 규모는 187조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181조원에서 2분기 183조8000억원으로 뛴 후 지속적인 증가세다.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자기매매손익 가운데 채권관련 수익은 3조30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조8655억원보다 15.5% 증가했다. 올 들어 국고채 3년 금리가 1.63%(1월4일)에서 1.25%(6월30일)까지 급락한 덕분이다.

 

그러나  3분기 들어 국고채3년 금리가 0.01%포인트 오르는 등 금리가 소폭 반등하면서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이익 감소가 전반적으로 실적을 끌어내렸다. 채권관련 손익 규모는 2분기보다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분기는 더욱 암울하다. 10월에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고채 3년 금리는 한달간 0.047%포인트 상승했다. 11월 들어서도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며 미국 금리가 급등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지난 9일 1.4%에서 지난 22일 1.75%로 무려 0.35%포인트 뛰며  채권관련손익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수백억원대 채권평가손실 예상

 

채권평가손실은 채권보유 규모가 큰 대형사에 집중될 전망이다. 9월말 현재 자기자본 10위권 내 증권사들의 단기손익인식증권 가운데 채권(국채·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합계 금액) 규모는 107조3700억원이다. 이 중 삼성증권이 14조8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4조1480억원)과 NH투자증권(13조615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미래에셋증권(12조9160억원), 미래에셋대우(12조7160억원), 신한금융투자(12조4710억원)도 12조원 이상의 채권을 보유했다.

 

그간 증권사들의 실적에서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것을 감안하면 현 금리 수준은 물론 추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사들은 환매조건부채권(RP)과 함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늘리면서 채권 보유규모를 크게 늘렸고 수년간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채권평가이익을 덤으로 누려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대형사 채권보유잔고 중 매도가증증권과 해외채권을 제외환 국내 금리 변동에 노출된 채권 규모는 12~15조원 수준으로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규모가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회사별 운용전략에 따라 최종손실 규모가 다르겠지만 단기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헤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 거래대금 등 나머지도 비우호적
 
이렇다보니 거래대금 증가나 ELS 판매 증가 등 이익 감소를 상쇄할 만한 모멘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도 함께 가라앉으면서 뾰족한 수익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10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5000억원으로 3분기대비 6.9% 하락했고, ELS 조기상환 역시 2조6000억원에 그치며 9월 대비 45%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를 이끈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개인들의 매매비중 및 회전율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또한 3분기대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 대선 관망세에 더해 4분기에 통상 거래가 줄어드는 계절성을 감안할 때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기보다 5% 줄어든 7조60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금리 반등세로 채권운용 부담까지 더해져 상품운용 손익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를 기대해볼만 하지만 신규편입채권 이자수익 증가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다.

 

◇ 연말 금리 반락 가능성 주목

 

일부에서는 연말 금리 반락 가능성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채권평가손익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금리 상승세가 제한되거나 일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가 상승한데는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가능성 등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12월 금리인상 스케줄까지 겹치면서 미국발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최근 단기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추가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국내 금리가 해외금리와 연동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장기금리의 경우 이미 절대수준이 미국과 역전된 상태"라며 "장기금리 상승세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경기 개선이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적으로 투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트럼프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극대화시켰지만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테이퍼링' 발언으로 금리가 급등했을 당시 펀더멘털과 비교할 때 글로벌 경기 수준은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며 "미국 금리가 당시처럼 더 상승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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