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국세청, 검은머리 외국인 300억 소송 패소

  • 2016.11.25(금) 10:32

법원 "조세회피 강력 의심되나 국세청 증거 부족"

국세청이 '검은머리 외국인'과의 300억원대 소송에서 패소했다.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윤모씨를 상대로 과세에 나섰지만 증거 부족으로 세금을 돌려줄 위기에 처한 것이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서울 강남구 소재 M유통사의 설립자인 미국 영주권자 윤씨가 낸 종합소득세와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1일 패소했다.

▲ 그래픽: 변혜준 기자 jjun009@

# "조세회피" vs "명의신탁"

국세청은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윤씨를 세무조사한 뒤 이듬해 윤씨 소유로 의심되는 S홍콩법인의 매출액을 윤씨의 소득으로 잡아 소득세 272억여원을 부과했다. 이때 S법인은 세계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 소재 N사에 모든 지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또 윤씨가 자신의 장녀와 차남에게 S법인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 26억여원을 과세했다.

하지만 윤씨는 "한국 거주자가 아니다"며 조세 불복에 나섰다. 그는 2014년 조세심판원에 낸 심판청구에서 기각결정을 받자 정병문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인 6명을 선임해 소송을 제기했다. 

윤씨는 "S법인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 아니며, 법인의 실질 소유자 또한 자신이 아닌 미국 국적의 L씨"라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자신에 대한 소득세 과세 기준으로 삼은 S법인의 매출액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추계이며, 매출액을 자신의 소득으로 보더라도 소득세율(최고 38%)이 아닌 법인세율(최고 22%)을 적용해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윤씨는 자녀들의 S법인 지분에 대해서도 "L씨가 자녀들의 명의를 빌린 것"이라며 "증여세를 내더라도 미국 영주권자인만큼 한국이 아닌 미국에 내야 한다"고 밝혔다.

# 법원 "의심 크나 증거 부실"

법원은 윤씨가 미국보다 국내에 더 많은 자산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거주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S법인의 설립 당시 등기이사가 윤씨 소유의 국내 M유통사 소속 직원들이라는 점을 볼 때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도 내놨다. 법원은 "윤씨가 S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임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심 소송은 윤씨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주식회사인 S법인에서 윤씨가 실질적 지배자임을 입증하려면 실질주주임이 확인돼야 한다"며 "국세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윤씨가 내놓은 'L씨의 명의신탁 주장' 관련 증거들이 오히려 신빙성이 더 높다"고 밝히면서 "국세청이 원고 주장의 신빙성을 제대로 탄핵하지 못한 채 L씨에 대한 자료 제출만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윤씨에게 소득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S법인의 실질주주 여부를 적용한다면 증여세 과세는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윤씨가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라면 상속·증여세법상 윤씨의 자녀들이 S법인의 실질주주여야 하기 때문이다.

# 증여세는 미국에 내라

윤씨 자녀들의 증여세는 미국에 내야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제조세조정법상 미국 영주권자는 미국의 증여세 부과대상자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윤씨는 한국 시민권자인 동시에 미국 영주권자다. 1980년부터 뉴욕에서 일한 윤씨는 1988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그의 자녀들의 국적은 모두 미국이다.

한편 윤씨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부동산 갑부'로 통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사는 뉴저지주 주택 외에 미국에 250만달러(한화 약 3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전세권 기준 16억원을 호가하는 강남 아파트를 비롯해 산과 임야 등을 가지고 있다. 앞서 모친으로부터 강남구 토지와 아파트 등을 물려받아 자녀들에게 다시 증여하기도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