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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16>F2텔레콤 ①SK 워커힐을 떠난 고종사촌

  • 2013.09.24(화) 10:05

셋째고모 최종분씨 장남 이인환씨 에프투텔레콤 경영
사위 정재현씨, 핵심 계열 SK C&C 부사장으로 중용

재계 3위의 SK그룹 최태원(53) 회장에게는 4명의 고모(姑母)가 있다. 1953년 선경직물을 뿌리로 SK그룹이 태동한 이래 이들은 지금까지 재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별로 없다. 학자로부터 장교에 이르기까지 재계의 울타리 밖에 있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필과 부부의 연(緣)을 맺은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고모부들도 이름이 오르내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SK그룹이 1960년대 섬유수출경기를 타고 일약 스타덤에 올라 석유화학·이동통신을 양대축으로 5대 재벌 반열에 오를 당시, 주역들은 고(故) 최종건 창업주(1926~1973)의 대업을 이은 동생 고 최종현(1929~1998) SK그룹 회장과 형제들이었기 때문이다. 선경복장 사장을 지낸 막내고모부 고 조제동씨가 그나마 눈에 띄지만 1970년대에 한 두 해 스쳐가듯이 잠깐 계열사 경영을 맡았을 뿐이다.

1998년 최종현 회장의 작고(作故)로 창업 1세대 경영시대가 막을 내린 뒤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이 경영대권을 이은 뒤로 SK그룹 경영일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고종사촌은 첫째고모 고 최양분씨의 차남인 표문수(60) 전 SK텔레콤 사장을 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표 사장 또한 2000년말 SK텔레콤 대표이사에 올라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를 진두지휘했지만 2004년 3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가 터진 후에는 오너 일가 퇴진 방침에 따라 손을 뗐다.

최태원 회장의 셋째고모 최종분씨 일가가 걸어온 궤적은 이와는 닮은 듯 다른 데가 있다. 그만큼 아들 이인환(61) 에프투텔레콤·산타테크 회장과 사위 정재현(54) SK C&C 부사장이 옮겨놓고 있는 걸음은 사뭇 이채로움을 갖게 한다. 

◇장남, 1997년 ‘마이웨이’

최종분씨와 고 이한용 신아포장 대표 슬하의 아들 인환씨는 중동고(64회)를 나와 미국 커네티컷주에 있는 헤이븐대(Unlversity OF New Haven)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한 때 SK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SK그룹의 워커힐호텔에 입사해 10여년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워커힐호텔 과장으로 있던 1997년 운송업체 리엔씨의 대표를 맡으면서 본가(本家)에서 나왔다.
 


인환씨가 기업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3월 정보통신공사업체인 에프투텔레콤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에프투텔레콤을 빠른 속도로 궤도에 안착시킨 그는 2000년대 중반에는 에프투텔레콤을 통해 무선정보통신 장비업체 산타테크를 계열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두 계열사의 경영 실권(實權)을 쥐고 있는 회장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회장이 독자적인 기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변함없이 본가(本家)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회장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던 데는 SK그룹 계열사들이 힘이 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 회장은 현재 알토란 같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주력사 에프투텔레콤의 지분 48.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외 52%는 임원진 몫이다. 그는 또한 에프투텔레콤의 대표이사를 맡아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다. 산타테크의 경우에도 2005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표를 겸직했고, 지금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산타테크의 경영을 맡긴 전문경영인은 권오석(57)씨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권 사장은 이 회장의 중동고 4년 후배로 이 회장과 워커힐호텔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함께 경영을 하고 있다. 에프투텔레콤을 거쳐 산타테크 전무로 있다가 올해 1월 이 회장의 후임으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사위, 요직 고속승진

현재 SK그룹을 이끌어가는 경영인들의 면면을 보면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50) SK 수석부회장과 사촌형제 최신원(61) SKC 회장, 최창원(49) SK케미칼 부회장을 빼고는 이렇다 할 만한 최 회장의 혈족들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종분씨의 사위 정재현씨의 존재는 더욱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정재현씨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조지아공과대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그는 특히 1994년 SK그룹의 통신사업 진출을 시작한 대한텔레콤 정보통신연구소장 출신으로 오늘날의 SK텔레콤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2004년에는 17개월의 짧은 기간에 1만5000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차세대 마케팅 시스템 ‘SK텔레콤 NGM 프로젝트’에 성공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최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다.

SK그룹과 같은 지주회사 지배체제에서는 통상 오너가 지주회사의 상당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 반면 최 회장은 지주회사 SK의 지분이 0.2%에 불과하다. 대신 SK C&C의 최대주주로서 38.0%를 소유하고, 이어 SKC&C가 SK 31.8%를 가진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다.

정재현씨는 SK그룹을 떠받치는 주춧돌이나 다름없는 SKC&C에서 2001년 텔레콤본부 본부장(상무), 2004년 3월 인더스트리사업부문 부문장(전무)을 거쳐 2009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신성장과 융·복합 사업을 담당하는 G&I(Growth & Innovation)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SK C&C의 미국법인 ‘SK C&C USA’의 대표를 맡고 있다. IT서비스업체인 SK C&C가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법인이다. 최 회장이 정 부사장을 얼마나 중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향후 SK그룹에서 정 부사장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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