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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 ③

  • 2016.11.25(금) 16:30

회장의 3심(心)을 알아야 살아남는다
유머1번지 '회장님, 우리 회장님'도 아니고…
내가 좋아한 사장의 무모한 도전
통념의 벽을 허물면 글쓰기가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진 게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 연설문이 중요한 것은, 연설문의 내용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연설문 토씨 하나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연설문 쓰기의 엄중함을 알려준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2014년 2월에 펴냈다. 

  
저자는 같은 해 12월 `회장님의 글쓰기`도 발간했는데, 이에 앞서 비즈니스워치에 40회(2014년 7월~9월)에 걸쳐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를 연재했다.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는 `회장님의 글쓰기`의 초본인 셈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  2년 전에 게재했던 원고를 10회 분량으로 편집해 다시 싣는다. [편집자]

 

 

회장의 3심(心)을 알아야 살아남는다

본질에 답이 있다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셰익스피어도 그랬다지 않나. 간결이 지혜의 본질이라고. 그러나 본질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 현혹하는 곁가지나 치장이 많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절박한 인식을 갖고 봐야 보인다. 파묻히지 않고 떨어져서 봐야 보이는 게 본질이다.

 

본질은 힘이 있다. 복잡해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의 정체를 보여준다.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본질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회장의 본질적 속성, 즉 본성은 무엇일까?

 

첫째, 욕심이다.
금전욕이건 성취욕이건 간에 욕심이 많다. 오죽하면 3심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의심! 변심! 욕심!' 본인만이 아니다. 욕심 있는 직원도 좋아한다. 승진에서 누락했을 때 회장에게 편지를 써보라.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것이다. 반면에, 설사 겸양의 뜻에서라도 욕심 없다는 것을 드러내선 안 된다. 

 

언젠가 회장이 그랬다.

“자네도 계열사 사장 한번 해야 하지 않겠나.”
“저는 그런 욕심 없는데요.”

그날 나는 내 무덤을 깊이 판 것이다.

 

둘째, 이익이다.
회장은 기업가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을 올려 지속하는 것이다. 사회공헌? 인간중심 경영? 착각하지 마라. 모두 껍데기에 불과하다. 기업의 본질이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나 나오는 소리다. 회장 앞에서 그런 소리 하면 ‘귓방망이’ 맞는다.

 

셋째, 외로움이다.
회장 주변에 사람도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군중 속의 고독이다. 그 많은 사람은 형식으로 존재한다. 외로움이란 본질을 달래주진 못한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식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인가? 아닐 것이다. 본질은 다른 데 있다. 효도다. 회장에게 주변 사람은 배만 부르게 해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회장을 마냥 떠받들기만 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도 본질에서 벗어나면 허당이다. 달을 보라고 하니 손가락을 보는 것이고, 신을 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 격이다. 그래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회사 조직은 그런 사람을 귀신 같이 가려낸다.

 

그렇다면 본질이란 무엇인가.

 

1.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현상만 좇아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속에 숨은 본질을 찾아야 답이 나온다. 가장 많이 예로 드는 것이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이다. 엘리베이터 출시 초기에는 속도가 느려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때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했더니 불만이 사그라졌다. 엘리베이터 속도는 현상일 뿐 본질은 좁은 공간에서의 지루함이었던 것이다.
글을 쓸 때 활용해보자. 현상을 나열하고, 그런 현상의 본질을 결론으로 들이대면 한편의 훌륭한 글이 된다. 나는 글을 쓸 때 그것의 현상과 본질을 따져 본다. 

 

2. 없어서는 안 될 것, 변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전 대우전자가 내세운 ‘탱크주의’의 핵심 기능이 그런 것이고, 요즘 현대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런(run), 턴(turn), 스톱(stop), 프로텍트(protect)가 그것이다. 한 마디로 핵심이고 기본이다.

 

3. 본시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 같은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할 때 ‘다운’에 해당하는 것이 본질이다. 앞서 얘기한 욕심 있고 이익을 추구하며 외로운 것이 회장다운 모습이다.

 

4.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이다.
회사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본질에 충실한 것이 오래 가고, 본질을 꿰뚫어야 살아남는다. 이건희 회장이 호텔업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부동산업이라고 한 것은 본질을 꿰뚫은 것이다.
글을 쓸 때, 일을 할 때 본질부터 챙겨보자. 본질만 제대로 짚어도 낭패 보는 일은 없다.

 

 

유머1번지 '회장님, 우리 회장님'도 아니고…
 '토론의 기술'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끝났다. 오늘도 임원들이 집단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말이 없고 우울해지는 것이 그 대표적 증상. 방금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눈빛,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난 후의 표정이라고나 할까? 하기야 회장이야말로 임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존재가 아닌가.
 

언젠가 1박2일 임원 워크숍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저녁 회식이 끝나고 모두가 불콰한 상태에서 사회자 없는 즉석 토론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누군가 스트레스에 관한 말을 꺼냈고, 늘 등장하는 ‘자폭’이 그날도 나왔다.

 

임원0 : 기사를 보니까 우리나라 스트레스 수준이 세계 1위랍니다. 그에 반해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임원1 : 1936년에 스트레스란 말이 처음 나왔는데, 긴장을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더군요.

 

임원2 : 이 자리에 회장님이 계시니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저희 임원들 제명에 못 죽겠습니다. 회장님과 회의한 날은 밥도 안 들어갑니다. 나 자신이 너무 왜소해지고 자식들 보기도 부끄럽고... 이렇게 살아서 뭣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 말씀입니다. 


포문이 열리자 많은 얘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임원3 : 회장님 앞에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스트레스가 없으면 조직이 아니죠.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해온 걸 보면 남에게 지기 싫은 경쟁심, 그런 스트레스가 배경이 되었다고 봅니다.

 

임원4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그럼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좋다는 얘깁니까? 저도 스트레스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생활을 하는 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는 기대할 수 없지요. 회사에서 받는 보수 중에는 스트레스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문젭니다. 이것은 경영성과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임원5 : 맞습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불필요하게 예민해집니다. 이러다 보면 조직이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합니다. 뿐만 아니라 반목과 대립이 일상화되죠. 결국 협업이 잘 안 되고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임원6 : 제가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스트레스에는 총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 스트레스가 풀렸으면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간 것이지요. 예를 들어 회장님 스트레스가 풀리셨다면 그것은 임원들에게 전가된 것입니다.
 
임원7 : 전가는 잘 모르겠고 전염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 옆에 있으면 저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임원8 : 제가 스트레스 해소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만약 회장님께 스트레스 받는 분이 계시면 저 같이 해보십시오. 회장님께 혼날 때는 무조건 배운다고 생각하세요. 또 회장님을 좋아하고 존경해 보세요. 절대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
 

임원9 : 전 이런 토론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이쯤에서 회장이 개입한다. 마무리 말씀인 것이다.

 

일과 인간관계로 나눠서 봐야 한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적절한 긴장은 즐거운 구속이고 성장의 동력이다. 회사가 놀이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조직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을 떠나는 게 맞다. 이런 사람에게는 하이에크 말을 해주고 싶다.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때문에 정확하게 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로 받는 스트레스는 다르다.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만큼 과업 중심이 아니란 얘기다.

훌륭한 회장 총평이다.

 

일과 인간관계로 나눈 것도 그렇고, 하이에크 말도 설득력을 높인다.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인정하면서도, 과업 중심 조직이 아닌 데서 원인을 찾음으로써 책임을 직원에게 돌린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의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대목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짧지만 논리적으로 잘 짜여 있기 때문이다. 회장의 내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은 말하기, 글쓰기, 읽기의 종합 무대다. 토론은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토론에 끼어들게 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낭패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내 생각보다 우리 생각이 더 낫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기본자세다. 토론은 바람직한 결론을 내는 게 목표다. 내 생각을 뽐내는 기회가 아니다. 남과 싸우고 남을 이기기 위한 자리도 아니다. 

 

둘째, 공격보다는 방어가 효과적이다. 우선, 상대의 말을 듣고 인정해주는 것으로 말문을 여는 게 좋다. 세종대왕은 어떤 의견에도 이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그 뜻이 옳다. 그러나 ...’.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도 중간은 간다. 공격은 아무리 잘해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셋째, 흥분은 백해무익이다. 냉정이 토론의 최대 덕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상태나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 맥락을 놓치지 말고 듣되 한 발 떨어져 들어야 한다. 

 

넷째, 평소의 준비가 필요하다. 뉴스를 들을 때나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사안에 관한 나의 입장과 견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울러 토론에 써먹을 수 있는 통계나 사례, 남의 말을 기억해두는 게 좋다. 그런 것이 자기 말의 설득력을 높인다.

 

 

내가 좋아한 사장의 무모한 도전
성공과 앵김의 상관관계

 

모 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시절이다. 하늘 같이 알던 사장을 수행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일정이어서, 공항에서 단 둘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뻘쭘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사장님, 회장님과는 경기고 동기시잖아요. 두 분만 계실 때는 말을 놓으시나요?”
“그럼 당연하지. 친군데 뭘. 초창기에는 차가 한 대 밖에 없어서 같이 타고 다니면서 영업하고 그랬어.”

 

철석같이 믿었다. 
수년이 흘러 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됐다. 처음으로 사장단회의에 배석한 날. 회장이 나의 과거 사장에게 물었다.


“김 사장, 거기는 이번 분기 실적이 어때?”


사장이 나를 힐끗 봤다.


“똔똔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똔똔 : 균형 잡힌 수지라는 뜻의 일본어)
“뭐? 똔똔?”
“네, 약간 아까지 난 수준입니다.”   (*아까지 : ‘적자’ 란 뜻의 일본어)

“아까지? 어이... 거 좀 똑바로 얘기해봐.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전년 대비 매출이 3% 감소했습니다.”
 
결국 투항하고 말았지만, 과거 우리 사장님은 최대한 반말에 가까운 대답으로 최선을 다했다. 왕년에 회장과 한 차 타고 다닐 때는 일본어를 많이 쓰셨던 것 같다.
내가 예상했던 ‘우정의 무대’는 없었다. 나를 의식해서 분전(?)한 사장님은 그날 회장에게 평소보다 더 혼났다.


경영 현장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 다르다. 포용과 배려? 섬김의 리더십? 그런 것 없다. 경영은 당위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활동 영역이다. 권위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조폭 세계뿐이다. 회장을 향한 도전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한다.
 
회장은 대부분 마키아벨리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 아니 신봉자다.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인색하다는 평판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잔인하다는 비판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답은 나와 있다. 마키아벨리가 설파했듯이, 포르투나(fortuna, 운)에 의지하려고 해선 안 된다. 비르투(virtu, 역량)를 키워야 한다.
 
첫째, 표정 관리다.

회의시간에 회장 얘기할 때 눈 맞추지 않는 사람,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처럼 입(회장 표현으로 ‘주둥아리’) 삐죽이 내밀고 있는 사람. 정리 1순위다. 실제로 그래서 ‘짤린’ 사람도 봤다.  회장과 만날 때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좋다. ‘당신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당신을 배우고 싶다’고 눈으로 말해라. 받아 적기와 고개 끄덕이기, 추임새 넣기는 기본이다.
 
둘째, 말해야 한다.
회장은 질문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느낀다. 넌 모르지만 난 다 안다는 표정으로 우쭐한다. 다만, 회장이 진짜 모르는 것은 물으면 안 된다. 또한 회장이 역으로 질문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물어야 한다.


회장은 그다지 바쁘지도 않다. 휴일에 전화 오는 것 되게 좋아한다. 부인 있을 때 전화 오면 특히 반긴다. 평일에 바쁜 척 했는데 휴일에 전화 한 통 안 오면 머쓱하기 때문이다.


말은 할수록 오해는 줄어들고 공감대는 넓어진다. 말을 해서 무지가 드러나고, 괜한 문제가 생기는 위험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 세 개 잃고 일곱 개 얻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에게 말을 걸고 들이 대라.
 
셋째, 글로 표현하라.

휴대전화 문자나 짧은 이메일 같은 스몰토크를 잘해야 한다. 정식보고 아홉 번 잘하는 것보다 한 번의 스몰토크가 더 기억에 남는다. 회장 건강검진 받는 날 아침에 문자 한줄 잘 보내서 승승장구한 임원도 봤다.

 

그러나 억지로는 하지 마라. 글은 마음의 표정 같은 것이다. 진심으로 회장을 좋아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그때 그 사장님은 지금 안 계신다. 얼마 전 돌아가셨다. 하지만 잊지 못할 것이다. 아래 직원에게 ‘회장 그까이 거’라고 호기 있게 하신 말씀과 회장의 불호령 사이에서 갈등하던 사장님의 눈빛 말이다. 사장님! 당신은 ‘아까지’ 안 내고 아름답게 잘 사셨습니다.

 

 

통념의 벽을 허물면 글쓰기가 보인다
직장 통념에 관한 불편한 문제 제기

 

글을 잘 쓰고 싶은가? 통념에서 벗어나라. 통념은 글이 안 된다. 누구나 아는 것이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통념은 두 가지 속성이 있다.

 

그 하나는 지난 세월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의 것이 아니다. 낡고 진부하다. 진위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화석 같은 것이다. 통념을 옳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에 비춰 현재와 미래의 길을 찾는 것은 무모하다. 

 

통념은 또한 강자의 논리다. 일반적으로 널리 생각하는 게 통념이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통념은 다수가 선택한 게 아니다. 힘 있는 사람의 이데올로기다. 그들이 편히 입을 수 있게 만들어진 옷과 같은 것이다. 약자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기업 조직에서는 특히 그렇다. 회사 안에서 만들어진 통념은 수십, 수백 년 동안 경영자들이 쌓아온 '잔머리'의 집적체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것인지 고심하고 시도해온 과정의 누적물인 것이다.

 

하지만 통념에 도전하고 통념을 넘어서는 글은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환영받는다.

 

먼저, 직원들이 반기는 이유는 이렇다.

 

그동안 학교에서 순응과 체념 훈련만 받아온 직원들은 일탈을 꿈꾼다. 틀에 박힌 정답은 식상하고 재미없다. 다른 얘기를 원한다. 또한 이면의 진실이 궁금하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삐딱하게 시비 걸고 싶다. 이를 통해 비트는 통쾌함, 통념의 포로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한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라는 통념, 오랜 시간 회사에 있는 직원이 애사심이 강할 것이라는 통념. 이런 것을 거스르는 것으로는 양이 안 찬다. 이건 이미 깨진 통념이다. 더 독하고 날카로운 것을 찾는다.

 

직원들이 통념에 반하는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직접 나서진 못하지만 정의의 편에 서고 싶어서다. 회사 안의 이런저런 부조리가 통념과 관행이라는 허울을 쓰고 활개 치는 게 못마땅하다. 누군가 대들어주길 바란다.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박수 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경영진 역시 그들이 만든 통념을 넘어서고 싶다.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이 고맙다. 직원들의 유쾌한 반란을 기대한다. 왜냐? 통념에 안주해서는 발전과 혁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패를 예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것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기존 차선으로만 가서는 앞차를 앞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차선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경영진은 잘 안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의 말처럼 '백조가 모두 희다는 통념만 믿고 가다가는 검은 백조의 출현과 함께 훅 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경영진은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존 체제에 약간의 금이 가는 것쯤은 감수할 용의가 있다.

 

기실, 경영진들은 파격을 즐기는 DNA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그들은 별종이었다. 이후에 기득권의 문법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게 뭔가? 통념의 거부 아닌가.

통념 뒤집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권위에 주눅 들면 안 된다. 통념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주관적 기준일 뿐이며, 편견일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은 부족하고 언젠가는 사라질 유한한 존재다.

 

둘째, 트집부터 잡고 시작해야 한다. 그냥은 안 보인다. 현실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역발상과 다시보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보면, 통념은 지당하다. 불편하지도 않다. 의도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굳어져 있는 '상식'부터 깰 수 있다.

 

셋째, 다른 시각, 다른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거부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자기 의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맞짱 뜰 명분도 없다.

 

인생 뭐 있나. 모 아니면 도다. 통념에 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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