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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자살보험금 뒤끝…맞짱 뜨는 '빅3'

  • 2016.11.30(수) 15:10

미지급 보험사에 '징계 수위'로 경고 메시지
삼성·교보·한화생명도 강공...정면충돌 불가피

"금감원이 강경하게 나올 겁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연출될 겁니다."

한 대형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소멸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난 9월 30일 직후 이 관계자는 이렇게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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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강경 모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다른 건을 이유로 삼성생명에 역대 최대 수준인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사전 '경고장'을 날렸다.

삼성생명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 중 하나다.

반면 삼성생명과 같은 사안인데도,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5개 보험사엔 경징계를 내리면서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최근 KDB생명의 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 생보사들은 여전히 법원의 판단에 기대며 지급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고, 금감원은 이들에 대한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업계에선 금감원과 대형 생보사들이 행정소송까지 갈 경우 결국 금감원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과한(?)' 결정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 KDB생명,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

KDB생명은 지난 28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는 지난 5월 기준 84억원으로, 이중 74억원이 소멸시효 경과 건이다.

KDB생명의 이런 결정은 그 시기가 절묘하다. 금감원이 뒤늦게라도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5개 생보사에 대해 경징계를 내리고, 최근 KDB생명에 대한 검사를 마친 직후다.

KDB생명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객 보호 차원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금감원의 명확한 '시그널'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얼마나 팔을 비틀었으면 그랬겠냐"고 꼬집었다.

◇ 금감원 제재 논의…내년 초 '중징계' 결정 유력

KDB생명의 결정에 따라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완성에 따른 미지급금을 지급하지 않은 회사는 삼성, 한화, 교보, ·알리안츠, 현대라이프 등 5개 생보사로 줄었다.

금감원은 최근 관련 현장조사를 마치고 제재 논의에 들어갔다. 내년 초쯤 제재 수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상당한 중징계를 예상한다. 금감원은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연간 수입보험료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과징금 최대 한도는 '상징적'인 의미로 치부됐지만, 최근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보험금 이자 미지급' 건으로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보험업법에서 규정한 보험금 지급의무를 지키지 않은 보험사들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반드시 기준에 따라서 제재할 방침"이라며 강경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물러설 곳 없는 금감원-생보사

그러나 금감원의 이런 '엄포'가 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선 벌써 금감원이 결국에는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중징계를 결정하더라도 남은 보험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금감원의 과한 징계 결정이 오히려 금감원을 불리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던데다, 금감원의 결정이 '감정적'으로 비칠 소지도 있어서다.

금감원이나 남은 생보사들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양측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이루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법원의 판단은 돈을 주느냐 마느냐의 민사상 문제이고, 금감원의 제재는 그와 별개인 행정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공언까지 한 터라 중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체면을 구길 수 있다.

생보사들의 경우 겉으로는 '고심하고 있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보험사로서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큰 틀의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당장 KDB생명처럼 결정을 번복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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