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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택시" 호출한 현대차…'필승조' 투입

  • 2016.12.01(목) 08:24

판매 회복 위해 택시 모델 '조기 등판'
명분보다 실리 택해‥'LF 트라우마' 부담

현대차가 판매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택시 모델을 출시키로 했다. 신형 그랜저는 부진의 늪에 빠진 현대차의 판매 확대를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모델 뿐만 아니라 택시 모델까지 한꺼번에 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 모델은 신차 출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발표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신차 출시와 거의 동시에 택시 모델을 내놨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지난 2014년 LF쏘나타 출시 당시 명분만 내세웠다가 쓴맛을 봤던 경험도 택시모델 출시를 앞당긴 이유로 풀이된다.

◇ 'IG 택시' 조기 등판 이유는

현대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그랜저 택시 모델을 선보였다. 예상보다 빠른 행보다. 신차 출시와 동시에 택시 모델을 선보이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자동차 업체가 택시 모델을 선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판매량 확대를 위해서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 출시와 동시에 이례적으로 택시 모델까지 한번에 내놓은 것은 현재 현대차의 판매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대차의 지난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대비 2.6% 감소한 389만825대를 기록했다. 해외 생산·판매를 제외한 내수 판매와 국내 생산·해외 판매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올해 현대차의 판매 목표는 501만대다. 남은 기간 동안 한달 평균 56만여 대를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다. 올들어 10월가지 현대차의 월 평균 판매량은 39만여 대다. 산술적으로 신형 그랜저가 목표치와 실제 판매치의 차이를 메워줘야 한다. 그 차이는 무려 17만대다. 매달 신형 그랜저 17만대를 판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차도 신형 그랜저가 꺾인 판매 곡선을 갑자기 반등시켜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추세적으로 반등의 희망이라도 볼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신형 그랜저를 앞세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택시 모델 조기 등판이다.

택시 모델은 '품위'를 떨어뜨릴지는 몰라도 판매량 확대에는 '특효약'이다. 업계에서는 택시 1대를 파는 것이 승용차 10대를 파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택시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택시 한 대당 하루에 수십명이 이용한다. 택시 기사들의 '입소문'도 무시 못할 요소다. 현대차가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신형 그랜저 택시 카드를 빼든 이유다.

◇ 'LF쏘나타'에서 얻은 교훈

현재 현대차에게 품위나 명분은 중요치 않다.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시기다. 여기서 실리란 판매량이다. 현대차는 과거 LF쏘나타 출시 당시 명분을 추구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당시 현대차는 '월드 프리미엄'라는 LF쏘나타의 위상에 택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LF쏘나타 택시 출시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 LF쏘나타는 당시 현대차의 최신 기술력이 집중된 모델이었다. '쏘나타'라는 브랜드 파워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출시 첫달 LF쏘나타의 판매량은 1만1904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첫달 판매량을 보고 낙관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출시 첫달 판매 성적이 가장 좋았다. 이후 LF쏘나타의 판매량은 갈수록 줄었다. 심지어 출시 4개월째인 지난 2014년 7월에는 판매량이 6366대까지 떨어졌다. 4개월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 현대차는 2014년 LF쏘나타 출시 당시 "택시 모델 출시는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LF쏘나타의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자 결국 택시 모델을 출시했다. 판매량 확대라는 실리보다 명분을 택했다가 큰 낭패를 본 셈이다.

현대차는 당황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LF쏘나타의 판매량 급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LF쏘나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비숫한 가격의 수입차에 더욱 열광했다. LF쏘나타는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현대차 판매 부진의 주범으로 몰렸다. 그동안 쏘나타가 누려온 현대차의 대표 중형 모델이라는 위상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당초 "택시 출시는 없다"고 공언했던 현대차는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자 어쩔 수없이 LF쏘나타 택시 모델 출시를 선언했다. 현대차의 '공언(公言)'은 결국 '공언(空言)'이 됐다. 판매 절벽에 몰리자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택시 모델 출시 덕에 LF쏘나타의 판매량은 조금씩 회복이 됐다. 하지만 일반 모델의 판매는 월 4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의 택시 모델을 일반 모델 출시와 동시에 내놓은 배경에는 LF쏘나타때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대차의 판매 상황도 현재의 상황과 유사하다. 수입차에 밀려 내수 판매에서 고전하던 시기였다. 신형 그랜저에 판매 확대라는 명확한 임무를 부여한 만큼 명분이나 체면보다는 실리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미지 훼손 우려는 여전

국내 택시 시장은 연 4만대 규모다. 전체 시장의 85~90%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점유하고 있다. 신형 그랜저가 시장에 투입될 경우 일정 부분 시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세대의 그랜저 모델들이 그랬듯 택시 시장에서도 신형 그랜저는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준대형 택시는 월 평균 350~400대가량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서 신형 그랜저 택시는 기아차 K7과 르노삼성의 SM7 택시와 경쟁해야 한다. 신차인만큼 여타 구형 경쟁 모델들에 비해 경쟁력은 갖췄다는 평가다. 또 6세대 모델 HG 이후 5년 만의 신차여서 대기 수요도 많은 편이다.

▲ 신형 그랜저 택시 모델.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택시를 총 3개 모델로 내놨다. 가격은 2560만원에서 2930만원까지다. 일반 모델에 비해 약 5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다만 각종 사양면에서는 일반 모델보다 떨어진다. 특히 에어백 등 안전 사양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시장에서 '안전과 가격을 맞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만일 현대차의 생각과 반대로 신형 그랜저 택시가 고급차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전체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대차에서는 이번 신형 그랜저가 이전 세대 모델들과 달리 고급감만을 강조하지 않아 이미지 훼손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택시 모델 조기 출시에 따른 반작용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볼륨 모델의 택시 모델 출시를 꺼리는 이유는 일반 모델이 가진 고유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판매에만 치중할 경우 자칫 30년간 쌓아온 그랜저의 고급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목표했던 판매량 확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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