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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Doom’s day와 글로벌 경제①

  • 2013.09.24(화) 11:24

지난 2008년에 시작된 미국발 부동산 위기 이후 현재까지의 미국 상황을 복기해 보자.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정부부채가 급속히 증가했고, 이 덕분에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무력화된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 이 와중에 부동산 위기가 촉발되었으니 달러의 발권력을 가진 연방준비은행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에 벤 버냉키 연방준비은행장은 양적완화정책를 통해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첫 번째는 장기 모기지 금리 인하와 동시에 장기 유동성을 금융권에 주입시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고, 두 번째는 투자를 자극해 실업률을 하락시킬 요량으로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낳으며 원자재 및 농산물 시장으로의 대규모 투기자금을 유입시키고 말았고, 결국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버렸다. 실로 큰 유감이었고, 특히 미국의 중동정책에 큰 오차가 발생했다는 점은 매우 뼈아팠다.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안정적인 유가를 유지하고자 하던 미국의 의중과는 달리 중동의 친미 정권들이 무너지면서 리비아 사태ㆍ이라크 사태가 발생했고, 지금은 시리아 사태로 옮겨 붙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목도한 연방준비은행은 철저히 부동산에 직접적인 유동성을 제공하는 전략적 노선을 견지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3차 양적완화로써 연방준비은행이 매달 400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양적완화자금이 투기자금으로 변질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 보겠다는 연방준비은행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올해 1월부터는 450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매달 추가로 매입해 줌으로써 미 행정부에게 쌈지돈을 제공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수행함과 동시에 미 행정부는 별도의 복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것은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다.  중국으로 빠져 나갔던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귀환시키는 것이다. 

그 필요조건으로써 제조원가 하락을 위한 쉐일가스와 쉐일유의  확산이 요구된다. 특히나 쉐일가스는 미국의 염원이던 에너지 자립국의 길로 가는 첩경이니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환시킬 `알라딘 램프의 지니`라고 할 수 있겠고, 장기적으로 미 달러의 장기적인 강세 추세를 암시한다. 
 
다음으로 충분조건은 3D 프린팅 기술이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제조 벤처의 가능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실로 내세울만한 미국의 컨셉 디자이닝(concept designing) 능력이라고 하겠고, 이는 미국의 강력함을 상징한다. 역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혁신에 골몰하기 보다는 미국이 창안하는 새로운 컨셉을 발 빠르게 상업화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다. 이러한 필요ㆍ충분조건은 바로 다음의 한 방향으로 초점을 맺는다.

‘장차에 미국은 강한 제조업과 강한 달러를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장기 트렌드를 이해하고, 2013년 초를 기점으로 최대 2년의 기간이 향후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이라는 점에 주목하도록 하자. 이 기간 동안 펼쳐질 수 있는 주춧돌들은 다음과 같이 세 개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첫 번째, 2013년 초 재정절벽이 가동되었으니 향후 10년 동안 1.7조 달러의 미 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 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삭감될 예산의 절반가량이 국방비에 배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정절벽이 어디까지나 팍스 아메리카에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재정절벽을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고 철저히 정치적인 문제라는 점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재정절벽은 반드시 정치적으로 타협 가능한 대상이다.

당연히 최근의 시리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사태는 재정절벽으로 인한 군사력 위축을 표면에 내세우는 팻감(구실)으로 사용되기 쉽다. 미 행정부가 시리아 사태에 있어 러시아와 타협하고, 영국의 전략 이탈을 허용하는 등 중동에 무력시위를 제한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미국의 유연한 움직임 속에 감추어진 이유들을 구체적으로 헤아려 보자.

이유 1.
재정절벽이 시작된 마당에 추가적인 전비가 요구되는 지상군 투입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미사일을 날리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 상책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전시효과를 의회에 내보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득(得)이다.

이유 2.
현실적으로 중동발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치솟게 되면 쉐일가스 인프라 구축에 여념이 없는 미국으로써는 자충수가 된다. 즉, 유가가 폭등할 경우 쉐일가스 투자 유인이 크게 훼손된다. 굳이 전쟁을 일으켜 기껏 안정시켜 둔 유가를 상승시킬 유인은 별로 없다.

이유 3.
현실적으로 시리아 사태는 경우 아랍계 무슬림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대부격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그 적대 세력인 시아파 이란과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종교분쟁으로 덧칠되는 형국이니 UN이나 미국이 개입할 명분이 크게 줄어든다. 미국이 군 개입의 최후 마지노선을 일찌감치 설정해 두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유다.

이유 4.
시리아 내전은 무기상인으로 자리 잡은 러시아와 중동으로까지 서진(西進)정책을 펼치는 중국, 그리고 막후의 실력자 이란이 한 편으로 어울려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정치역학적인 이합집산을 무시하고 곧바로 물리적 충돌로 가져가기에는 미국의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 물론 실익도 없다.

두 번째,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미 연방준비은행이 계획하고 있는 국채매입 규모축소와 재정절벽에 따른 유동성 축소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엔화야 말로 제로금리로 무장하고 있어 달러 캐리와 같이 캐리가 가능한 독특한 기축통화의 성격을 갖는다.
아베노믹스는 좁은 의미로 일본 내 디플레이션을 해소함으로써 투자를 선순환 시키고, 넓게는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한 (의회의 협상이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적 노림수도 갖고 있다.  

이는 아베노믹스가 2년의 기한을 한시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아베노믹스는 애초부터 미국의 재정절벽으로 인해 축소될 1.7조 달러를 상쇄시킬 수 있는 1.4조 달러의 유동성을 2년 동안에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 번째, 아베노믹스를 완충장치 삼아 양적완화를 연장할 수 있는 탄성을 확보한다. 2008년 말 7,5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연방준비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속적인 미 국채 매입으로 인해 3조 5천억 달러에 육박할 지경으로 부풀어 버렸다. 적당한 시점에서 자산 규모를 축소시켜 현금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2013년 5월 버냉키 의장이 시사했던 미 국채매입 축소정책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미 국채 매입의 큰 손으로 등장한 만큼, 양적완화의 기한을 늘려갈 수 있다.

3차 양적완화를 진행하면서 FRB는 출구전략에 대한 두 가지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미 실업률이 6.5% 이하로 하락하거나 혹은 인플레이션이 2.5%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중 인플레이션은 우려할 것이 없다. 당장에 글로벌 실물경기가 침체됨으로써 석유 및 원자재 수요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2012년 유럽중앙은행이 도입한 전면적 통화거래(OMT) 역시 불태화를 조건으로 한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역시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2008년과 2012년에 걸친 총 5조 위안 규모의 1차ㆍ2차 경기 부양책이 선을 보였지만 인플레이션 헷징을 목적으로 서부내륙지역의 인프라 구축과 고정자산 형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부작용으로 유동성이 급증해 부동산 거품과 지방정부 재정위기가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토지가 국유화되어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구조의 특성과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금지 그리고 CD발행이 금지되어 있던 관치금융에 기인한 것이다. 모두 중국 내부의 문제이니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실업률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를 추론하는 것이 옳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3% 수준으로써 아직까지 목표치와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미 대통령 선거 당시 7.8%에서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겨우 0.5%가 줄었으니, 실업률 하락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것이 바로 `2013년 초를 기점으로 약 1년 반에서 2년간의 혼돈의 시기가 존재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미국으로써는 최대 2년간의 시기를 슬기롭게 다스려야 할 것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다음을 성립시킨다.

‘2013년 초반부터 미 증시는 반드시 활황세로 반전되어야만 한다.’

이는 경제의 70%가 소비로 구성된다는 미국 경제구조의 특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소비를 부활시켜 경기 반전을 노려야 하는데, 그 수단으로써 미 국민 자산의 60-70%가 투입되어 있는 증시를 힘껏 뽑아 올림으로써 미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정절벽과 국채매입 축소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는 2013년 하반기를 관리하는 지혜일 것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2013년 미 증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임형록 교수(한양대학교) 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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