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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Doom’s day와 글로벌 경제②

  • 2013.09.24(화) 11:24

이러한 인과율 하에 향후 1년 3개월 정도의 시간 속에서 미국이 주도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경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시나리오 1. 재정절벽 관련 미 의회에서 직접적인 협상안이 도출된다.
시나리오 2. 미국의 유동성 감축을 보조할 동반자 국가를 확대한다.
시나리오 3.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을 재현한다.

설령 ‘시나리오 1’과 같이 의회에서 직접적인 협상안이 대두되지 않더라도 ‘시나리오 2’와 같이 유동성을 담당해줄 친구 국가는 필요하다. 다만 그 조건은 까다롭다. 기축통화 보유국이어야 하고, 통화발행을 감당할 만한 맷집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그 상대가 중국일 수 있을까? 이는 과연 미국이 중국의 패권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다. 불과 20여 년 전 G2로 성장하던 일본을 `사뿐이 즈려 밟아` 주면서 중국의 숨통을 열어 주었던 미국이다.  이번에는 중국을 밟을 차례인데, 당장에 `양털깎기` 옵션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제조업으로 타격을 가할 모양새인데,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중국이기에 결코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에 그 수단을 정확히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친구 국가로 유럽계에서 튀어나올지 아시아계에서 튀어나올지 혹은 중동에서 튀어나올지는 미국의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모양새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단연코 ‘시나리오 3’이다. 유심히 지켜봐야하는 지표는 바로 미 신규국채 이자율이다. 현재 T-Note 이자율이 3%를 돌파하는데 국채매입 축소가 본격화 될 경우 최소한 년 5%이상은 예상해야만 한다. 잠시 과거를 복기해 보자.

‘저승사자 폴 볼커 미 연방준비은행장은 1981년 7월 미국의 금리를 무려 20%로 올려 버렸다.’
 
이 당시 미국의 고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유는 2차 석유파동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1.5%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무지막지한 고금리 정책이 대두된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3.2%대로 개선될 수 있었다.

미국의 행태는 실로 무서웠다. 즉, 천하를 주름잡는 미국 금리가 20%나 되니 굳이 외국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곧바로 미국은 전 세계의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당장에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문턱이 한 없이 높아져 서민들에게는 달러 빚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이 인플레이션에 의한 고금리 정책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는 미 신규 국채 이자율이 치솟게 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 관건이다. 미국의 대출금리가 치솟아 달러캐리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기 쉬워,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들은 큰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금유출’로 귀결된다. 유일한 수단은 자국의 금리를 인상해 해외자본에게 차액을 보상해 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의 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여기에서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이머징 국가들의 신규 국채가 팔리지를 않으니 국채 이자율이 치솟을 것이고, 종국에는 이들의 내수침체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여기에 유가가 폭등하는 구조가 얹어진다면 사면초가인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사냥개들인 3대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며, 이머징 국가들을 갈기갈기 물어뜯기 시작할 것이다. 당사자인 미국은 자금이 부족할 일이 없으니 다음과 같이 유유자적 이 상황을 즐길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머징 국가들의 신규 국채가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면 최후의 보루로써 미 국채 가격이 치솟는다.’

결국 글로벌 유동성이 돌고 돌아 미국채 매입자금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인 것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모양새다. 미국으로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그 스위치 버튼이 켜지는 시기는 전적으로 미 연방준비은행의 판단에 달렸다.
 
 즉, 국채매입축소의 후폭풍과 미국 부동산 시장의 더블 딥 중 후자가 훨씬 크다면 그 시기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실업률은 장기과제이므로 금리 인상과 직결되어 있을 뿐 출구전략의 시기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미 연방준비은행이 4-5년 간 애를 쓴 끝에 미국 부동산 시장을 겨우 반등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의 눈물을 한 숨에 말려 버리기에는 출국전략의 후폭풍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그 시기 조율은 전적으로 연방준비은행의 자체 경기 평가에 준한다.

이러한 와중에 차기 연방준비은행장으로써 강력히 거론되던 섬머스(L. Smmers)가 후보 지명에서 사퇴의사를 비쳤다. 이로써 2013년 내내 가장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의문점은 올해 5월 버냉키 연방준비은행장이 직접 제기했던 미국의 출구전략의 시기가 너무나도 빨랐다는 점이다.
 
올 해 1월에 450억 달러에 상당하는 추가 국채매입을 확대시켜 놓고서 단 5개월 만에 축소 의사를 비쳤다. 2013년 초를 기준으로 1년 반-2년이 중요하다는 점에 근거할 때 때, 출구전략은 최소한 절반 이상의 시기가 지난 다음에 만지작할 수 있는 패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5월부터 버냉키 의장이 거론하기 시작했으니 꽤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돌출 변수가 존재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에 대한 의회의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바마 케어는 정부지원을 필요로 하다는 점이 문제다.
 
즉, 재정절벽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고, 종국에는 내년에 있을 미 정부의 부채 상한성 협상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미 의회와 결코 편치 않을 협상을 앞두고 있는 이러한 까다로운 시기에 매파의 대표격인 서머스를 임명하기에는 미 대통령의 부담이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9월 FOMC 회의에서 3차 양적완화를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서머스 사퇴와 더불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하겠다.

향후 출구전략이 진행될 경우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은 중국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유동성을 얼마나 가로챌 수 있을 것인가 이다.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대외 신인도를 분식회계 하고자 하는 중국 당국의 경우 철저히 국채발행을 지양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마크 파버가 강조하는 미국의 Doom’s day는 미국의 국채매입축소를 시작으로 이머징 마켓으로 단기적 혼란을 틈타 미 증시가 폭락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이는 실제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희생자 국가를 밟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맷집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수지 흑자기조 하에 충분한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다고 자평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내 부채 문제를 다지고, 가용 외환보유고를 다시 한번 충분히 챙기는 신중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나 고질적인 뒷문인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채 제조업 때리기에 나서기 쉬운 미국이니 만큼 우리나라 역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모든 정책 결정이나 기업 경영에 앞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명제는 미국이 잔인한 고금리의 칼을 휘둘렀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바로 그 부분이다. 이는 그 어떠한 논리나 변명에도 앞서는 것이라는 점을 또 명심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의 일갈성이 모든 것을 가늠할 것이다. "尙有十二(상유십이) 微臣不死(미신불사)."
 
임형록 교수(한양대학교) 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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