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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진 伊 악재, 증시 신경 긁는 이유

  • 2016.12.07(수) 11:05

은행 부실채권 처리·자본확충 여부 당장 주목
연쇄부도 가능성 여전…ECB 처방전 확인해야

지난 4일 이탈리아 국민투표로 불안했던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악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염려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후 당장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글로벌 경제와 시장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은행부실 문제는 여전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국민투표 부결로 관련 시계는 더욱 어두워졌다.

 

 

◇ 은행 부실채권 처리 '암초'

 

지난 5일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 부결 확정에 따른 시장 여파는 미미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당장 은행들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국민투표 부결 책임으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이탈리아는 부실화된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을 추진해왔으며 국민투표가 끝난 후 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MPS)은행의 부실채권을 구조화해 내놓을 예정이었다. MPS은행은 이탈리아 은행들 가운데 파산 가능성이 가장 큰 은행으로 렌치 총리는 이 은행에 대해 민간 주도로 50억 유로의 자본확충 방안을 추진해왔다.

 

MPS은행뿐 아니라 이탈리아 중소은행들의 경우 이탈리아의 신인도 악화로 자본조달 여건이 더욱 녹록지 않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130억 유로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은행들의 이탈리아 국채 보유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국채 등급이 하락하면서 추가 담보가 요구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주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최대 8개 이탈리아 은행이 파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더 복잡해진 은행 구제금융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3600억 유로 규모로 유로존 전체 부실채권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2000억 유로가 이미 회수 불능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탈리아 전체 여신대비 부실채권 비중 또한 지난해 기준으로 18%선에 달해 사이프러스(45%)와 그리스(3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후반 미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이 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탈리아 은행의 경우 높은 리테일 비중이 부실화를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은 "비대한 인력과 지점으로 구조적으로 취약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저금리 환경에서 예대마진에 의존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긴급 구제금융을 추진해왔지만 올해 초 EU가 은행 지급 불능시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하도록 하는 '베일 인(Bail-in) 제도'를 도입했고, 그간 반대를 무릅쓰고 은행 구제금융을 주도해온 렌치 총리마저 사임하면서 실행과정이 더 복잡해졌다.

 

◇ ECB만으론 안심 일러

 

최근 드라기 총재는 유럽 대형은행 부실대출의 30% 가량이 이탈리아 은행권임을 감안해 투표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ECB 국채매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시장 영향이 당장은 미미하고, ECB가 오는 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매입 연장 등을 결정하며 투자심리를 다독일 것으로 내심 기대 중이다.

 

하지만 내년까지 이탈리아 은행권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은 여전하다. NH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는 부실채권 처리 문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안정 여부와 함께 부실은행 자본확충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도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8개 은행 모두 자본확충에 실패하며 정리 절차에 들어가고 내년 초에 예정된 유니크레디트의 130억유로 자본확충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고 은행주가 급락하는 등 이탈리아 은행권 부실 문제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며 "글로벌화돼 있는 금융시장 환경에서 주요국의 신용경색 여부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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