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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나가던 저축은행, 내년엔 가시밭길

  • 2016.12.19(월) 16:12

내년 건전성 규제 시중은행 수준 강화
부실채권도 증가...충당금 부담 확 늘듯

"저축은행 실적은 올해 연말에 고점을 찍을 겁니다. 그리고선 내년에 확 꺾일 겁니다. 걱정이 많아요. 아무래도 신용등급이 낮은 분들은 대출이 어려울 수 있겠죠."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암흑기를 걷다가 2014년 3분기 흑자로 돌아선 후 한동안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다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대폭 강화되면서 비용(대손충당금)이 늘어나는 데다, 대출 금리 상승과 함께 부실 채권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영업 확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저축은행, 올 연말 10분기 연속 흑자 예고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1~9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7645억원으로 지난해 4449억원보다 72% 급증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3분기 190억원 흑자를 낸 이후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거래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실적 호조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은행권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서민층이 대거 저축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자산과 순이익 증가세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부실 이미지'를 안고 있던 저축은행의 건전성도 확연히 좋아졌다. 지난해 말 9.2%에 달했던 대출 연체율은 올 9월 말 6.9%로 낮아졌다. 자산 건전성 지표인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70%로 지난해 말보다 0.56%포인트 올랐다.

▲ 자료=금융감독원

◇ 내년 전망은 '암울' 규제 강화에 비용 급증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내년까지 이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내년부터 대출에 대한 연체 판단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2018년부터는 연체 정도에 따라 쌓아야 하는 충당금도 더 늘어난다. 제도 변화로 비용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 합리화를 위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장 내년 2분기부터 타격이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연체 기간이 2개월 미만인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2~4개월은 요주의, 4개월 이상은 고정 이하로 분류했는데, 앞으로는 1개월 미만은 정상, 1~3개월은 요주의, 3개월 이상은 고정 또는 회수의문, 12개월 이상은 추정손실로 분류해야 한다. 

▲ 자료=금융위원회

예를 들어 그동안 연체 기간이 40일이 된 대출 채권에 대해 '정상'으로 판단해 충당금을 대출금의 0.5%만 쌓았다면, 앞으로는 4배에 달하는 2%를 쌓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2018년부터는 쌓아야 하는 충당금 액수도 커진다.

◇ 중·저신용자 대출 어쩌나…저축은행은 갈림길


주로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창구로 여겨지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선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건전성 규제가 너무 느슨한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이다. 저축은행들은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중·저신용자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당장 중·저신용자의 부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이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줄수록 충당금도 많이 쌓아야 하는 구조여서, 대출 역시 깐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18년부터 연 20%가 넘는 고위험 대출에 대해선 다른 대출보다 10%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중·저신용자들에 대해 비교적 손쉽게 '고금리 대출'을 해줬는데,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이번 규제 강화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민들을 상대로 무작정 고금리의 신용대출을 취급했던 일부 저축은행의 영업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실과 연체 관리는 금융사의 핵심 역량"이라며 "이를 관리하면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실력 있는 저축은행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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