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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재계 키워드]①트럼프 시대 '높아지는 수출 장벽'

  • 2016.12.20(화) 14:31

경기 침체로 자국산업 보호 추세 강화
트럼프 취임후 미국 장벽 더 높아질 듯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온다. 재계는 올해보다도 훨씬 힘든 경영 환경과 마주해야 한다. 세계 경제회복이 더딘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태에 빠져있다. 내년 예상되는 주요 경영 변수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국 경제 및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보호무역주의)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길을 험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이전보다 강화될 전망이어서 국내 산업계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세계적 트렌드 보호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역설적이게도 세계화를 통한 신흥국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다. 경제 성장에 뒤쳐져있던 중국 및 사회주의 국가들이 냉전 체제이후 개방경제로 전환해 그들이 보유한 저렴한 노동력에 서구 자본을 더하면서 신흥국 경제가 고속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간 경제 격차가 줄어들었다. 특히 신흥국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선진국의 경제 성장은 제동이 걸렸다. 선진국의 일자리가 줄고 소득도 격감하자 소외된 계층의 불만이 커졌고 이들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했다. 경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변화가 시작됐다.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한 계기는 2008년 미국 발(發) 금융위기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발생 후인 2009년 각국 통상정책은 크게 무역규제(관세 및 비관세)와 국내산업 지원책(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으로 나뉘는데, 종전보다 개입 범위가 확대되고 강도가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보호무역주의를 가속화시켰다.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 하던 중국은 성장세가 한풀 꺾이자 자국 내 공급과잉 제품을 수출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항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WTO 조사 결과, 지난해 연간 전 세계 수입규제조치 조사개시건수는 총 277건으로 전년보다 27건 줄었지만 실제 규제가 부과된 건수는 28건 증가한 210건으로 집계됐다.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볼 수 있는 규제부과 건수는 2011년 119건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트럼프의 미국, 장벽 더 높일까

 

최근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부터 수입규제 조사개시 건수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올해에만 이미 56건(9월 누적 기준)의 조사가 시작됐다. 수입규제 부과도 36건으로 지난해 수치(24건)를 이미 넘어섰다.

 

대선이 있었던 올해는 미국 기업들의 수입규제 요구가 더 많았고, 트럼프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시켰다.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경제성장이 둔화 혹은 경기가 침체된 시기엔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기업들의 수입규제조치 요구가 커지는데, 특히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 선거 이전부터 새로운 대통령 취임 초기까지 기업들의 국내산업 보호 요구가 거세진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여러 교역 상대국 가운데 중국에 대한 규제가 가장 심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이 유사한 까닭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수입규제 조사개시 건수 중 중국이 71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가 17건인 우리나라였다. 보호무역장치 중 하나인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역시 우리나라가 20건을 기록, 네 번째로 순위가 높았다. 트럼프 정부로 인해 미국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우리나라 수출 산업 타격이 경쟁국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맞설 뾰족한 대책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나마 수출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선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대비해 통상 마찰 리스크를 대비하고,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조기 파악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차 증가할 통상 마찰에 대응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무역 분쟁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예상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마찰로 인해 국내 수출 품목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업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리스크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현정 연구위원은 “수입규제 제소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려면 무역 관련 유관기관 및 업종별 단체에서 해당 품목의 수입국별 수입물량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며 “최근 중국을 겨냥한 수입규제가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함께 제소되는 경우가 많아 수입국의 대중국 수입물량 추이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과잉공급 및 중국의 추격과 경쟁에 노출된 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이뤄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선 전 세계적 추세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에 앞장서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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