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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재계 키워드]③현대·기아차 부진 털고 '턴어라운드'

  • 2016.12.21(수) 15:15

판매 부진에 올해 목표 달성 실패할 듯
그랜저 IG·신차 출시로 내년 반등 모색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온다. 재계는 올해보다도 훨씬 힘든 경영 환경과 마주해야 한다. 세계 경제회복이 더딘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태에 빠져있다. 내년 예상되는 주요 경영 변수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2016년은 현대·기아차에게 악몽같은 한 해였다. 판매 부진의 후폭풍으로 실적마저 급락했다. 내수판매는 물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해외 판매도 부진했다. 이렇다 할 신차도 없었다. 개별소비세인하 혜택도 종료됐다. 품질 논란도 거셌다. 온통 악재의 연속이었다.

한 해동안 고전을 거듭한 현대·기아차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신형 그랜저를 필두로 약점으로 꼽혔던 경쟁력 있는 신차들을 내년에 쏟아낸다. 야심차게 출시한 제네시스 브랜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 고전했던 한 해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는 813만대다. 지난 2014년 어렵사리 800만대 판매를 돌파했지만 작년 목표했던 820만대 달성에는 실패했다. 간신히 801만대를 기록했다. 갈수록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여건이 나빠지자 올해 목표치는 전년보다 줄어든 813만대로 잡았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 보자면 이마저도 달성할 가능성은 낮다. 그만큼 현대·기아차에게 올해는 힘든 한 해였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06만8013대다. 전년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산술적으로 이달 중 현대차와 기아차 합계 106만대 가량을 판매해야 올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통상 12월은 각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증가한다.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한 소위 '밀어내기' 때문이다.

▲ 2016년은 1~11월 누적 판매 대수.

그러나 '밀어내기'에도 한계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이달 중 50만대씩 판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올해 목표 달성 실패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렇게되면 2년 연속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로서는 대내외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의 내용이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눈에 띄는 볼륨 모델의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괴롭혀 왔던 수입차가 폭스바겐 사태로 주춤한 상황에도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조의 파업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타 국내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품질 논란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의 품질에 대한 의심은 그동안에도 계속 있어왔지만 올해 불거진 엔진 결함 등의 문제는 불 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해외에서는 신흥 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요가 줄고 더불어 환율까지 불안정해지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 반등을 위한 시동을 걸다


현대·기아차에게 내년은 매우 중요하다. 자칫 내년마저 판매 부진에 휩싸일 경우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의 위치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경쟁업체들에게 현대·기아차는 '넘사벽'이 아닌 '해볼만한 상대'로 인식된다면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지배해온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예년에 비해 비교적 빨리 내년 반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가 대표적인 예다. 신형 그랜저는 출시 전부터 국내 시장에 돌풍을 예고했다. 준대형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것을 넘어 내년 현대차의 판매 확대를 위한 스타트를 끊어줘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사전 계약 대수에서 알 수 있듯 신형 그랜저의 인기는 높다. 첫 공식 출시달인 지난 11월에만 4606대를 판매했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이번 달에는 판매 대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신형 그랜저의 판매량이 중요한 이유는 내년 초반까지 신차 효과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만일 신형 그랜저가 큰 성과를 거둬준다면 이어 계획된 볼륨 모델의 신차들이 바통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현대차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계속된 판매 부진의 사슬을 끊고 본격적인 판매 회복에 나선다는 점에서 신형 그랜저의 선전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안착도 반전의 시동을 거는 데 중요한 요소다. 브랜드 론칭 1년만에 국내 고급차 시장을 점령했다. 디자인, 파워트레인, 마케팅, 서비스 등 전분야에서 기존 현대 브랜드와는 차별점을 뒀다. 해외 시장에도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차근차근 론칭 중이다. 제네시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랜저를 필두로 한 현대 브랜드의 대중차 판매 확대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차 시장 공략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내년 현대차의 주요 전략 포인트다. 기아차의 경우 강점인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중형차를 중심으로 스포츠 세단 등 모델 파생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내년 현대·기아차의 반전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다시 출발선상에


현대·기아차도 올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2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며 "내년을 기점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다시 시장 장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총 7종의 신차들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볼륨 모델부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모델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선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지난 2년간의 판매 부진이 현대·기아차에게는 뼈아픈 경험이었다는 것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첫 스타트는 기아차의 경차 '모닝'이 끊는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으로 지난 2011년 출시 이후 5년만의 풀제인지 모델이다. 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의 최강자다. 판매량도 베스트셀링 모델에 꼽힐 정도로 안정적이다. 지난 11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6만6925대다. 기아차 전 모델 중 가장 많은 수치다.

▲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프라이드'.

기아차의 '신형 프라이드'도 출격 대기 중이다. 이번 모델은 4세대 모델이다.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해외에는 상반기, 국내에는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드는 기아차의 대표적인 소형 모델이다. 최근 소형 모델에 대한 인기가 높은 만큼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소형 크로스오버 SUV 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소형 SUV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유럽 전략형 모델인 i20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국내 출시 시기는 내년 하반기쯤으로 예정돼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소형 SUV가 출시되면 국내 소형 SUV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현대차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 기아차의 스포츠 세단 K8은 물론 제네시스의 라인업을 완성할 G70과 G80 디젤 모델 등도 내년 출시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소형을 중심으로 한 볼륨 모델과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라인업 추가 등으로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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