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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 본 통신미래]①SK텔레콤號 '플랫폼·M&A' 달린다

  • 2016.12.28(수) 17:12

'M&A 전문가' 박정호 CEO
플랫폼 사업 수익화 전망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인사의 꼭대기에 선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의 방향성을 좌우한다. 방향성은 기업의 흥망을 뒤흔든다. 최근 통신 업계도 수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을 속속 교체하고 있어 이들의 발걸음에 관심이 쏠린다. '손 안의 경제' 이동통신분야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통신을 넘어선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는 기업들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번 인사를 통해 통신의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SK텔레콤은 내년부터 박정호 선장(전 SK주식회사 C&C 사장)이 이끄는 항해를 시작한다.

최근 SK그룹 인사와 SK텔레콤 조직개편을 통해 관측되는 박 사장의 과제는 지난 2009~2010년 재임한 정만원 사장 때부터 씨를 뿌린 플랫폼 사업의 열매를 따고, 장동현 사장 시절 무위로 돌아간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통하며, SK텔레콤 조직에 플랫폼 사업부문과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추진단이 신설된 점이 이런 과제를 시사한다. 모든 조직을 CEO 직속 체계로 개편해 의사결정이 기존보다 빨라지도록 한 점도 그렇다.

◇ SK텔레콤발(發) M&A 시작되나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많은 경력이 있는 CEO다. 그가 참여한 M&A 사례를 보면 SK텔레콤(한국통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등 '캐시카우'(안정적 수익창출원)가 즐비하다.

박 사장은 SK㈜ C&C 사장 시절에는 호주 카세일즈닷컴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SK엔카의 글로벌 자동차시장 진출 가속화를 주도했고, ISDT를 인수해 반도체 모듈사업 진출에도 기여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런 까닭에 박 사장의 정식 취임에 앞서 증권가에선 'SK텔레콤발(發) M&A 드라이브'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가 조기에 재추진될 공산이 크고, 내년 조기 정권 교체 이후 M&A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업체 M&A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고, 커머스 부문도 자체 육성보다는 M&A를 병행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예상했다.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접 개발보다는 M&A가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유료방송발전방안에서 케이블TV의 권역제한 폐지안을 장기과제로 유보한 탓에 SK텔레콤의 케이블 인수는 단기적으로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 "M&A를 추진할 경우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가능한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M&A가 재추진된다면 새로운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 M&A를 추진할 때도 TF를 꾸리고 장동현 사장과 이형희 사업총괄이 지휘한 바 있다. 모든 조직을 CEO 직속 체계로 바꾼 만큼 차후 추진될 M&A는 박 사장이 직접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IoT와 커머스 시장 M&A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플랫폼 사업 수익화

"SK텔레콤은 확장성과 개방성을 구현하는 플랫폼 개발을 주도해나갈 것입니다."

현직 SK텔레콤 CEO의 얘기가 아니라 무려 6년 전 정만원 사장의 말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시장 주도권이 구글·애플 등 플랫폼 업체로 이동하던 당시 국내 1위 통신사 수장이 제시한 방향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사장 조직을 신설했던 하성민 사장에 이어 장동현 사장도 생활가치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 IoT 서비스 플랫폼 등을 대표 사업으로 하는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6년간 플랫폼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꾸리며 신사업을 추진해왔다면, 박 사장 시대에는 매출액 증대와 같은 수확을 본격화해야 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이번에 플랫폼 사업 부문을 신설해 위의석 상품기획부문장을 앉힌 것으로 풀이된다.

 

위 부문장은 국내 대표적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에서 마케팅플랫폼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인터넷 산업의 캐시카우인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광고 사업을 이끈  바 있다. 그는 2012년 SK텔레콤에 이직한 뒤 10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T전화를 선보이는 등 SK텔레콤 내 플랫폼 사업 전문가다.

특히 전화 플랫폼 T전화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T맵,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등 SK텔레콤의 대표적 플랫폼 사업 기획과 개발은 물론 수익 창출을 지휘할 전망이다. 또 이런 플랫폼 서비스에서 추출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차원에서 데이터사이언스(Data Science) 추진단도 신설하고 김장기 IoT 전략본부장을 선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부문을 신설한 것은 플랫폼 서비스의 '기획-개발-기술-인프라'를 갖춘 자기완결적 구조를 확보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그동안 기반을 다진 사업들의 수익화도 본격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먹거리이자 플랫폼 사업이기도 한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수익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구축한 산업용 IoT 전용망 '로라'(LoRa)를 통해 서비스 모델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대중화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용 IoT는 기업 등을 상대로 계약이 성사되면 안정적 수익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IoT 사업 부문장으로 그동안 SK텔레콤의 IoT 사업을 이끌어 온 차인혁 플랫폼기술원장 겸 IoT사업본부장을 임명했다. 삼성SDS에서 기술전략기획팀장(상무)를 역임했던 차 부문장은 로라 얼라이언스 등 IoT 관련 글로벌 단체에서도 SK텔레콤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IoT는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사업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취지에서 IoT 사업부문 산하에 글로벌 사업본부를,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글로벌 얼라이언스(Global Alliance)실을 편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부문 산하에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ortfolio Management)실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사업들의 적절한 역할 배분 등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꾀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큰 방향성은 정해졌으나, 상세한 그림은 내년 1월 CEO 취임 이후 서서히 윤곽을 보일 것"이라며 "M&A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고, IoT와 5G(5세대 이동통신) 등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사업은 글로벌 표준화 작업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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