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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STX조선 대표 후보, 왜 사퇴했나

  • 2013.09.26(목) 15:24

대표이사 선임 주총 하루 앞두고 돌연 사퇴
자리와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듯

박동혁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자가 선임 주총 하루를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너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강제로 사임시키고 그 자리에 앉히려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표이사 선임 하루 전날 사퇴를 선언한 배경은 무얼까.

◇ 산은의 노림수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박동혁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한 후 이사회를 개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 산업은행은 박동혁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후보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었다.

박동혁 후보자는 경남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82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 지금까지 줄곧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아 온 대표적인 '조선통'이다.

박 후보자는 이달 초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임하기 전까지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서 강덕수 회장의 흔적을 지워야했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박 부사장을 꼽았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조직 내에서 '덕장(德將)'으로 꼽히던 그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STX조선해양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박 부사장이 필요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박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오래 몸 담았던 만큼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믿은듯 하다"고 말했다.

◇ 산은의 헛다리

하지만 산업은행의 이런 믿음은 박 부사장에게는 오히려 독(毒)이 됐다. 그는 산업은행으로부터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직을 제의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강덕수 회장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제의한 만큼 거절하기 힘들었고, 결국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의 고민은 계속 됐다. 박 부사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한 측근은 "대표이사직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고민이 참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결정은 했지만 그 자리가 본인이 가야할 자리가 아닌 듯 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곤했다"고 말했다.


▲ STX조선해양은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를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부 인사가 대표이사로 오는 만큼 장점도 있겠지만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일정부분 마찰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대주주의 지시이기는 했지만 경쟁사의 대표로 옮긴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STX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향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은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고민 끝에 박 부사장은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이틀 전 산업은행에 후보자 사퇴를 통보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매우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저녁때 소식을 들었다"면서 "박 부사장 성격상 자리와 상황이 주는 압박감에 심적 고통이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산은의 자충수?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선임 하루 전에 잃은 STX조선해양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 류정형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가 아닌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이 내정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STX조선해양 노조는 산업은행이 강덕수 회장의 퇴진을 종용할 당시 강하게 반발했었다. 따라서 박 부사장의 사퇴로 내부 인사가 수장으로 오는 만큼 노조의 반발은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정상화 과정에서 내부인사인 류 부사장과 일정 부분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에 플러스 요인이 분명히 있다. 반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방식과 절차 등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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