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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통신사 CEO 신년사에 담긴 속사정

  • 2017.01.03(화) 17:05

▲ 사진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밝았어요! 낮잠 그만 자고 일어나요! 부장님~꼬끼오~!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의 휴식입니다. 시에스타(siesta) 몰라요?


여기가 지중해에요? 남미에요? 통신사들이 지난달부터 임원인사, 조직개편하고 최근에는 신년사를 발표했잖아요!


넵넵. 저는 KT가 가장 눈길을 끌더군요.


왜요?


황창규 KT 회장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낙하산 임원과 광고 몰아주기 등이 드러났잖아요. 그러면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도 지연되고, 연임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번 신년사를 통해 "통신 1등, IPTV 1등 같은 지엽적인 목표가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라며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으니 주목할 만하죠.


 


그렇군요. 황 회장은 3년 전 취임 직후 "외부 인사청탁을 근절하고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인사청탁 문제가 드러났으니 황 회장의 지난 3년이 완벽했다고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KT는 황 회장의 실적이 좋았다고 설명하고 있죠. 하지만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기 전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등 시장과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네. 그래야 연임을 하더라도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황 회장이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 같아요.


네. 대가성 여부는 검찰이 판단하겠지만, 통신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라 청와대의 말 한마디 거스르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분위기는 황 회장의 연임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네. 그런 분위기가 있죠. 일단, 다른 엄청난 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주목도 또한 떨어진다는 KT 안팎의 해석이 있고요.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CEO 가운데 경영권을 내려놓는 경우는 없었죠. 황 회장과 처지가 유사한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도 연임을 선언했죠. 정부는 이런 시국에 새로운 KT 회장 선임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요.


네. KT 얘기는 황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조직개편, 임원 인사 이후에 또 하고요. SK텔레콤은 이번에 신임 사장이 신년사를 했죠?


그래요. 박정호 SK텔레콤 신임 사장이 "미디어·홈(Media·Home) 영역의 경우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콘텐츠를 확보하자"고 말한 게 주목되죠.


왜요?


지난해 실패한 케이블TV 인수합병(M&A)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잠깐만요. 미래창조과학부가 작년 말에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발표할 때 케이블TV 권역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유보했으니 케이블TV M&A는 물 건너간 거 아닌가요?


완전히 물 건너간 건 아니고요. 작년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건은 1위 유료방송사업자 간 결합이므로 독과점 우려 때문에 안 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했죠? 그렇다면 다른 업체와의 M&A 시도는 가능하다는 말도 됩니다. CJ헬로비전보다 점유율이 낮은 다른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나 개별 SO는 살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아하! 그렇군요. 신사업은 어떻게 하나요?


"사물인터넷(IoT)은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모든 ICT 역량을 총결집해 커넥티드카, 에너지 관리 솔루션, 스마트홈 등에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발굴하고,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를 넘어 B2B(기업 간 거래)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이건 무슨 말인지...


SK텔레콤이 지난 6월 구축한 산업용 IoT 전용망 '로라'(LoRa)는 아직 서비스가 별로 없는데요. 올해는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해 IoT 서비스를 내놓고 B2B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박 사장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많이 언급했어요.


플랫폼이라...국내 통신사가 글로벌에서 뭘 할 수 있죠?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 전화 플랫폼 T전화,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등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회사와 자회사의 역량을 모아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톱 클래스 플랫폼을 만들어 간다는 포부라고 하는군요.


그게 가능해요?


현실적으로 해당 서비스는 해외 진출이 쉽진 않아요. T맵과 T전화, 누구 모두 외국에서 관련 데이터를 풍부하게 수집해야 가능한 서비스니까요. 직접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죠. 다만 SK텔레콤이 지난해 BMW코리아와 협력해서 만든 5G 기반 커넥티드 카 시범 서비스에서 관측할 수 있듯 외국 사업자와 협력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뭐라고 말했나요?


1등!


1등이요? LG유플러스는 3등 아니에요?


ㅋㅋㅋ 낙인을 찍진 마시고요.


근데 그게 쉬워요? 통신 업계는 5 대 3 대 2 구조가 오래됐잖아요.


그런데 권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고객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어요. 마케팅 비용 투입하고 경쟁사 고객 뺏는 방식보다는 요금제 혜택 등을 통한 장기고객 유치…그러니까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제시한 거죠.


아까 말한 1등을 그걸로 할 수 있어요?


권 부회장은 "신규 사업은 반드시 일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신규 사업 만큼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에서 1등 먹던 걸 LG유플러스에서도 하겠다는 포부이지요.


구체적으로요?


M&A나 국내외 사업자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요.


SK텔레콤과 부딪히는 지점이군요.


맞아요.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와도 충돌하죠. IoT 분야는 KT와 협력하지만. 권 부회장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새로운 성장 사업을 발굴해 그 사업이 남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일등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혼자 힘으로 되진 않죠. M&A를 하거나 MOU를 맺거나 해야죠. 분야는 아무래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PTV 쪽이겠고요.


통신사들이 올해는 좋은 소식을 많이 들려줬으면 좋겠군요.

저는 씨에스타를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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