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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실패' 현대·기아차, 목표 자신있게 높인 까닭

  • 2017.01.04(수) 17:33

작년 판매 788만대에 그쳐‥목표치 한참 미달
올해 목표 825만대‥신차 대거 투입해 반전 노려

현대·기아차가 미션 달성에 실패했다. 작년 글로벌 판매 목표치인 813만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아차의 경우 비교적 선방했지만 현대차의 부진이 뼈아팠다. 수년간 지속된 내수 시장 부진 뿐만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으로 곤욕을 치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반드시 판매 부진의 사슬 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작년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에도 불구, 올해 목표치를 더욱 높여 잡았다. 물론 내부 독려차원도 있다. 하지만 작년 말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판매 호조,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착, 출격 대기 중인 신차 등을 감안하면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생각보다 심각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788만266대를 판매했다. 목표치였던 813만대에 한참 못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4년 글로벌 판매 800만대 돌파 목표를 달성했다. 2015년에도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목표치와 실제 판매량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달랐다.

현대·기아차가 800만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800만대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탑티어(Top Tier)로 성장하기 위한 기준점이어서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800만대 판매가 이뤄져야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두 거쳐간 관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2014년 당초 목표치를 상향조정해 800만대로 잡았다. 그때는 그럴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2014년 현대·기아차는 결국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넘어서며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고성능 브랜드 'N'론칭 등이 모두 이때를 기준으로 시작된 일들이다.

▲ 단위:만대.

하지만 2015년부터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2015년 현대·기아차는 820만대의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지만 801만대 판매에 그쳤다. 그래도 그때는 800만대는 넘어섰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반면 작년은 종전보다 목표치를 낮췄음에도 실제 판매는 크게 미달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술렁였다. 특히 현대차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기아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 몫을 해준 반면 현대차는 힘을 쓰지 못했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지 못한데다 환율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았다. 기아차는 작년 전년대비 판매량이 1% 감소한 반면, 현대차는 2.1% 줄었다. 대수로는 현대차가 10만대, 기아차는 3만대 가량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 판매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특히 현대차의 경우 판매 부진이 두드러져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연말에 집계 수치가 나오면서 기아차는 선방했다는 분위기였지만 현대차에서는 질책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 반등의 불씨를 찾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치를 825만대로 잡았다. 작년 목표치에 비해 상향됐다. 현대차 508만대, 기아차 317만대가 목표다. 작년 목표치에 한참 미달했음에도 올해 목표치를 이렇게 높게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현대·기아차의 자신감이 있다.

우선 현대차는 작년 말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그랜저는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이다. 볼륨 모델인데다 30년간 국내 시장을 주름 잡았던 모델이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내년 판매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신형 그랸저는 그만큼 현대차에게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출시 첫 달이었던 작년 11월 신형 그랜저의 판매량은 4606대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출시된 지난달 신형 그랜저는 1만3833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대로 신형 그랜저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다른 차급의 모델들이 판매 부진에 시달렸지만 신형 그랜저는 신차 효과를 유감없이 누렸다.

▲ 신형 그랜저.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인기를 올해 계속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올해는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든다. 소형 SUV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유럽형 모델인 i20를 기반으로 한 소형 SUV를 신차로 선보여 투싼, 싼타페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기아차도 올해 볼륨 차급의 신차들을 잇따라 출시한다. 오는 17일 3세대 신형 모닝이 출시된다. 신형 모닝은 경차의 차급을 넘어서는 안전성과 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기아차의 판매량에서 모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작년 기아차가 내수 시장에 판매한 승용 모델의 31.4%가 모닝이었다.

신형 프라이드도 선보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소형차 시장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작년 내수 시장에서 프라이드 판매량은 4158대였다. 작년 기아차의 승용 모델 중 연간 내수 판매 1만대를 넘지 못한 차종은 프라이드와 K9뿐이다. K9은 대형차로 볼륨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프라이드의 부진은 기아차에게 아픈 부분이다. 결국 볼륨 모델의 신차들이 대거 출시되는 것이 현대·기아차가 목표치를 상향한 이유인 셈이다.

◇ 제네시스 속도 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본격적인 출격도 현대·기아차가 올해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하게 한 요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첫 출범한 이후 작년까지 순항해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휘 아래 그동안 현대차가 보여줬던 공격적인 시장 공략과는 다른 방법으로 조용히 시장에 안착했다.

작년 내수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판매량은 총 6만6278대였다. 작년 현대차 내수 판매량의 10%다. 제네시스가 럭셔리 차량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안착이다. 특히 제네시스 DH, 제네시스 G80, EQ900의 세 차종만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 2016년 월별 판매 추이(단위:대)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볼륨 모델로 구상하고 있는 G70을 선보인다. 본격적으로 수입차들과 경쟁할만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G70도 지금껏 제네시스 브랜드가 걸어온 대로 안착할 수 있다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확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부가가치 차량인 만큼 실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해외 주요 시장에 진출한다. 그동안 중국, 유럽 등에 진출하지 않았던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를 기점으로 거대 시장인 중국과 럭셔리카의 본고장인 유럽으로의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기아차의 올해 행보는 예년과는 다를 것"이라며 "최근 수년간 판매에 부침을 겪으면서 신차에 대한 출시 준비를 차근히 준비한데다 그 시작을 올해로 잡고 있다. 올해는 국내외 시장에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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