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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생활과학, '백지' 재무제표 냈다

  • 2017.01.10(화) 11:05

삼일회계법인 '의견거절'
회사 "재무팀 인수·인계 안 돼"

스팀청소기를 개발한 한경희 대표이사. 한 대표는 2001년 스팀청소기를 출시해 총 1000만대를 판매했다. 한 대표는 국제올림픽 위원회, 교육부 사무관 등을 거쳐 성공한 CEO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한경희생활과학은 재무제표도 못 만들 정도로 사세가 기울고 있다./ [사진=회사 홈페이지] 

 

스팀청소기로 성공신화를 쓴 한경희생활과학이 2015년 감사보고서를 백지상태로 제출했다. 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냈다. 회사 측은 "인력 이동이 잦으면서 재무 데이터가 누락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주주총회도 열지 않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달 30일 2015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그간 매년 4월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왔지만, 이번엔 8개월가량 늦어졌다.

뒤늦게 공시된 감사보고서는 백지상태였다. 이 회사 2015년 감사보고서엔 재무제표와 주석이 첨부되지 않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경영진진술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절차를 위한 주요자료를 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다"며 "일 년 간 시간만 질질 끌다가 결국 작년 말 의견거절로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정기총회 종료 후 2주일 이내에 재무제표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한경희생활과학이 위반한 것이다. 특히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주주총회도 열지 않았다. 상법에 따르면, 정기총회는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소집해야 한다.

회사 측은 업무 공백으로 자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사내 인력 교체가 많다 보니 재무팀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재무 데이터가 누락됐다"며 "ERP(전사적자원관리) 재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으로 올 4월까지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경희생활과학이 악화된 실적을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감사인에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2015년 감사보고서에 재무제표를 첨부하지 않았지만, 신용평가사 자료를 통해 부진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한경희생활과학 매출은 391억원으로 전년보다 38.3%(243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342억원으로 손실 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실적 악화 원인은 스팀청소기 이후 히트상품 부재와 무리한 해외 진출에 따른 투자손실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달 사명을 미래사이언스로 바꾸고, 사업영역을 주방 조리도구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 대표이사는 여전히 한경희 대표가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팀청소기 이후 이것저것 도전했지만 성공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며 "최근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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