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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수에 대한 소소한 기억들

  • 2013.09.27(금) 16:49

지난 26일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선출된 최경수(62) 전 현대증권 사장.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이사장을 맡아 거래소를 이끌게 된다. 김봉수 전 이사장 사임뒤 3개월간 비어있던 한국거래소의 선장이 되는 것이다.


그에게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투리다. 경상북도 성주가 고향인 그는 아직도 구수한 사투리를 쓴다. 현대증권 대표이사 시절 여의도에서 우연히 만나 “잘 지내셨습니까?”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이고~ 죽겠심니더”였다. 외모도 푸근한 시골 할아버지 느낌이다. 술도 막걸리를 즐긴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깐깐하다.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30년간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해온 그다. 세금을 걷는 세리(稅吏)는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워커홀릭이다. 현대증권 사장으로 있을때 주말에도 출근해 업무를 챙겼다. 직원이나 후배들에게는 '같이 일하기 피곤한' 상사이자 선배였다.

그는 30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민간에 나와 늦깎이로 증권사 CEO가 됐다. '과천', 이른바 관가 출신이 '여의도 금융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차례 연임에도 성공하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증권 대표이사로 지냈다.

공무원에서 CEO로의 변신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매일 오후 4시면 그날의 실적이 그에게 보고됐다. 주식에 처음 입문한 초짜의 초조함이랄까. 시장과 싸워 항상 이길 수 만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가 내린 결론은 “수익 못내는 CEO는 바보”라는 것이었다.

수익률 1%에 울고웃는 증권업계 CEO였지만, 돈에 대해서는 초연했다. 공직생활 30년간 집에 월급을 가져다 준 적이 없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월급의 대부분을 직원들과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 먹는 회식비로 썼다고 한다. 일 많이 시키는 선배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생계는 대학교수였던 아내가 책임졌고, 현대증권 사장이 되어서야 부인에게 월급통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1989년 가입한 200만원짜리 근로자증권저축을 최근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조달청장-현대증권 CEO-한국거래소 이사장이란 화려한 이력을 갖게 될 그의 새로운 도전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2012년 초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현대증권 노조는 일부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를 보이콧했다. 현대증권의 CEO를 맡으면서 빚어진 노조와의 '불편한 관계'가 퇴임후 새로운 도전에까지 '악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 출마 때도 거래소 노조는 “대통령 선거 캠프에 몸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 이사장이 될 수는 없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른바 '관치 논란'이다.

거래소 노조의 반대만이 아니다. 주식 거래 감소,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증권업계를 헤쳐나 갈 방법은 그의 인사말 속에 담겨있을지 모른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이고 죽겠심니더”라는 인사말에 ‘요즘도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녹록지 않은 새 도전에 나선 그가 과거의 악연과 악평을 떨쳐내고 치열함으로 증권시장 활성화에 매진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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