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 소줏값 올린 꼼수 '양심 팔았다'

  • 2017.01.11(수) 16:22

편의점, 빈병보증금 핑계로 이윤 더 남겨
시장조사 식당 10곳 중 2곳, 꼼수 인상해

한 식당 종업원이 빈 병 상자를 나르고 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요즘 다 올려요."

여의도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종업원의 말입니다. 이 식당은 최근 소주와 맥주 가격을 44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습니다. 그는 "작년 말부터 다들 올렸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11일 비즈니스워치가 여의도 식당 10곳의 주류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올해부터 인상된 빈용기보증금(이하 빈병보증금)을 핑계로 일부 식당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10곳 중 2곳이 최근 주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또 다른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어제(10일)부터 술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며 "뉴스를 보니 식당들이 소줏값을 올렸다기에 판매가격을 인상했고, 빈병보증금 영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형적인 꼼수입니다. 2014년 업소용 빈 병 회수율은 100%에 이릅니다. 업소들은 빈병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았다는 의미이죠. 맥주 출고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빈병보증금을 이유로 판매가격을 올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도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빈병보증금이 인상되면서 CU와 GS25, 세븐일레븐은 최근 소주 판매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렸습니다. 문제는 소주의 빈병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으로 60원 올랐는데, 판매가격은 100원 올렸다는 것이죠. 빈병보증금을 핑계로 40원을 슬쩍하겠다는 꼼수입니다.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은 100원 단위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는데요. 더 얄밉게 들렸습니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빈병보증금만큼만 판매가격을 올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시장 자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할 수 없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통마진을 더 남기겠다는 업주나 회사에 법적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환경부가 남탓만 할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 환경부는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을 방지할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빈병보증금만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지난 9일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편의점과 외식업계 등 관계자를 불러 "빈병보증금을 핑계로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편의점은 다시 원점에서 주류 가격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외식업계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성 없는 이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미지수입니다. 결국 이번에도 소비자만 '호갱님'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양지원(가명, 44세)씨는 "결국 아무도 손해 보지 않고 소비자들만 비싸게 사게 됐다"며 "누구를 위한 빈병보증금"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