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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없는 '가업상속공제' 이름을 바꾸자

  • 2017.01.12(목) 08:01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특별기고

# 이 기사는 2017년 1월 11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신년호(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본질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개명(改名)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왕으로 등극할 때 이단(李旦)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권투선수였던 캐시어스 클레이는 WBA챔피언이 된 이후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꾸었다. 세법에서 보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고용요건을 대폭 강화한 이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런 예들을 볼 때 필자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개명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이 2014년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사실 '공제제도'라기 보다는 과세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과세이연제도'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상속세를 내지 않는게 아니라 당분간 상속세 상당액의 납부를 미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기업 창업주가 10억원의 자본을 가지고 가업을 발전시켜 가업상속재산으로 100억원 남겨주었고 상속인은 이 사업을 20년 영위하고 200억원에 상속받았던 재산을 모두 양도했다고 하자. 본질적 의미의 공제제도라서 상속세가 영구히 면제된다면 가업상속을 받는 상속인이 가업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소득세를 적용받는 양도소득은 100억원(200억원-100억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적용받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은 피상속인(돌아가신 창업주)의 취득가액을 그대로 이연받기 때문에 동 자산을 상속받을 상속인이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기 위한 양도소득은 100억원이 아닌 190억원(양도가액200억원 - 창업주의 당초 취득가액 10억원)이 된다. 다시 말해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게 될 경우 처분시점에서 이연받았던 상속세를 소득세 형태로 모두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속세 과세를 상속재산 처분시까지만 유예받는 것도 특혜이기는 하지만 지분을 유지하고 사업을 계속해 고용유지와 경제생산에 기여하는 동안만 상속세를 유예받는다는 측면에서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받는 것과는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았다고 세부담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상속세를 폐지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상속세 부담이 없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상속세 폐지라는 것도 세부담 해소가 아니라 상속을 과세사건으로 보지 아니한 것에 불과했다.
  
지난 국회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다가 다행히 큰 조정없이 가업상속받은 재산을 계속 사업에 사용하지 않은 경우 감면받았던 상속·증여세액에 대한 이자상당액을 부과하는 내용만 추가됐다. 

일부 의원들이 가업상속제도가 세부담없는 부의 대물림을 촉진하고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같은 대다수 납세자와의 과세형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그 대상을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업상속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가업상속에 대한 과세유예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기준인 최대매출액 3000억원 이하라는 기준은 너무 낮아 가업승계를 위해 회사를 분할하거나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물론 가업상속에 대한 논쟁 중 어느 측이 더 옳은지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과세면제'에서 '과세유예'로 바뀐 2014년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새로운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격이 변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무작정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단순한 공제제도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가업상속세 유예제도'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만 상속세를 유예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인가라는 논쟁 역시 쉽지 않은 주제지만 영구히 상속세를 면제받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논쟁이다. 그리고 가업상속세 유예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가업을 일관되게 영위함으로써 고용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건전하게 운영하는 동안은 상속세 부담을 유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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