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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뇌관 점화]①전매거래 '사상최대' 열기 분출

  • 2017.01.20(금) 08:37

작년 주택거래 감소 속 17만건..일년새 15% 늘어
"매매시장과 괴리..웃돈 붙여 산 계약자 손실 위험"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주고 산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해 주택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입주 때 집값이 받쳐주지 않으면 분양권을 산 이들은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 차익을 바라고 산 분양권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분양권 전매거래 현황과 이로 인한 앞으로의 시장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지난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가 17만건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 매매거래는 전년보다 줄어들었지만 분양권 거래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아파트를 분양 받고도 입주까지 하지 않고 분양권을 되파는 일이 유례 없이 늘어난 건 왜일까. 정부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에 신규 공급물량과 수요가 넘쳐나게 된 게 배경이다. 입주 전 분양권을 내다팔기도 쉬워진 이유도 있다.

 

특히 투자 목적 가(假)수요는 빠른 차익 실현을 위해 분양권을 전매한다. 하지만 손바꿈 과정에서 비싼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 이들이 문제다. 올해부터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살 사람이 없다면 웃돈을 주고 산 이들의 투자 손실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주택 분양권(입주권 포함) 전매거래 건수는 총 17만1356건이었다. 이는 2007년 6월 분양권 실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며 정부가 실거래 자료를 공개하고, 또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역시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15년 14만9345건보다도 14.7% 늘어난 수준이다.

 

분양권이란 아파트 등을 선(先)분양 방식으로 계약한 이가 공사 마무리 뒤 해당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다. 분양권을 가진 이가 준공 후 분양대금을 건설사 등에 완납해야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입주 전에 분양 계약서를 사고 파는 게 분양권 전매다.

 

분양권 전매는 2007년(6월 이후) 1만6827건, 2008년 3만4393건, 2009년 3만8723건(실거래 자료 공개 건수 기준)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를 내놓기 시작한 2010년까지도 3만건대(3만3826건)에 그쳤다. 2011년 주택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5만7149건으로 전년대비 68.9% 급증하기도 했다.

 

분양권 전매 거래는 주택시장 활성화 기조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 들어 드라마틱하게 늘었다. 2013년 8만1281건으로 전년대비 34.9% 늘어난 데 이어 2014년부터는 연간 10만건을 넘어서며 각각 해마다 전년대비 36.8%, 3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거래량은 6년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5배, 3년전보다는 2배가 넘는 규모다.

 

 

작년 분양권 전매는 기존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서도 급격히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주택 거래량은 총 105만3069건으로 사상 최대였던 2015년 대비 11.8% 감소했다.

 

기존 주택 매매거래 감소와 맞물려 나타난 분양권 거래의 증가라는 '괴리'는 분양권을 사둔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은 채권선물(先物)과 유사한 성격이 있어 변동성 쇼크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권은 입주 단계를 거치면 결국 기존주택 시장에 편입된다. 하지만 주택시장 활기는 가계대출 과다 및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가로 둔화됐다. 이 와중에 높은 웃돈을 붙인 분양권 거래가 많아진 것이 매매시장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택 경기가 더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시장에서는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박 위원은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는 것은 그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분양시장을 좌우했다는 증거"라며 "입주 시기 집중 때 분양권 수급이 엉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 연말부터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탄 데다 대출도 까다로워져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모두 관망세로 접어드는 게 최근 상황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작년 주택거래가 줄어든 것에서 볼 때 주택 실수요도 어느 정도 채워졌다는 해석이 있다"며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자금 동원까지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 이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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