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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베이비부머, 부동산 증여 문화를 바꾸다

  • 2017.01.20(금) 17:12

①증여자 수 증가 ②증여문화 변화 ③절세 전략 ④증여 제도 개선

 
재력이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부동산 증여 대열에 합류하면서 증여 건수가 늘고 증여 문화도 몰아주기에서 나눠주기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6만9472건으로 전년 대비 2만여건 늘었다.
 
전체 증여 금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상당 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건수는 ▲2012년 19만8403건·10조4493억4900만원 ▲2013년 20만1388건·11조1905억9400만원 ▲2014년 24만421건·12조8835억1700만원 ▲2015년 25만1323건·15조2835억7900만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부동산 증여가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베이비부머가 증여 대열에 합류하면서 증여자 수가 늘고 ▲장자증여에서 분산증여로 증여 문화가 바뀌면서 통계에 잡히는 건수가 증가했고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하자는 절세 심리가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① 증여자 수 증가 : 베이비부머 가세
 
올해로 54~62세를 맞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자녀 결혼 등의 이유로 증여 대열에 합류하면서 증여자 수 자체가 많아졌다. 이들은 80년대 3저호황, 90년대 벤처거품, 2000년대 아파트 값 폭등기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재산을 축적했다.
 
반면 이들의 자식 세대는 취업난 속에 내집 마련을 커녕 결혼도 포기할 정도의 생활고를 겪고 있다.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증여를 통해 종잣돈을 물려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년이 코앞인 50대 직장인 A씨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당시 일을 한 우리 세대 중에는 자식에게 물려줄만큼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이 은퇴를 앞두고 인생 이모작을 계획하면서 아파트를 줄이거나 팔면서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증여 패턴 변화도 증여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장자 몰아주기 증여의 관행을 깨고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택 1채를 증여하더라도 큰 아들 1명에게 물려준다면 증여가 1건으로 잡히지만 이를 % 단위의 지분 3개(33.3% 등)로 나눠 증여할 경우 건수가 3건으로 잡히는 식이다.
 
종로세무서 관계자는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5060 세대가 자녀들 간 재산 분쟁 등을 고려해 골고루 나눠준 것이 증여 건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액수가 아닌 건수의 경우 증여세 납세자의 증여 방식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줄 경우 절세 효과도 나타난다. 자녀 1명에게 3억원을 증여할 때 내는 세금(4000만원) 보다 3명에게 1억원씩 나눠줄 때 세금(1500만원)이 적다.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② 절세 전략 : 오르기 전에 물려주자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부동산 증여를 늘리는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증여세는 시가평가액을 토대로 부과되기 때문에 부동산 값이 오를수록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진다. 이를 염두에 둔 자산가들이 절세를 위해 증여에 나섰을 것이라는 풀이다.
 
시가 3억원의 아파트가 앞으로 4억, 5억 등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시가가 낮을 때 서둘러 증여하고 세금 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차원의 절세 시도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증여세는 누진세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똑같은 부동산이라도 시가평가액이 커진다면 과표 구간이 달라져 적용받는 세율이 높아진다"며 "고액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0세 시대'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쪼개기 증여'를 통한 절세도 건수 증가 요인으로 보인다. 증여공제 혜택이 10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자녀에게 1억원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세금 500만원[(1억원-5000만원)×10%]을 내야 하지만 10년 단위로 5000만원씩 2차례에 걸쳐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③ 증여제도 개선 : 공제율 축소, 공제한도 확대
 
증여세 신고공제율 축소도 증여 건수를 늘리는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개정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상속·증여세의 기한 내 신고공제율은 종전 10%에서 7%로 줄었다. 
 
증여세액이 1억원이라면 지난해까지는 10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700만원만 공제된다는 의미다. 세액공제는 공제율이 줄어든만큼 고스란히 세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용산세무서 관계자는 "세금에 민감하고 정보가 빠른 납세자들은 증여를 미리 염두에 두고 세법 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안수남 세무사는 "3%포인트 공제율 인하는 세액 1억원당 300만원의 세금 증가"라며 "증여재산가액의 규모가 큰 고객들에게는 신고를 앞당기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2005년) ▲배우자에 대한 증여공제 한도 확대 (2007년, 3억→6억원)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공제 한도 확대(2014년, 3000만→5000만원) 등의 그간 제도 변화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구경하 세무사는 "종부세 도입, 증여세 공제 확대 등 그 동안 조금씩 바뀐 세제들이 입소문을 거치며 이제는 많이 알려졌다"며 "세제 변화에 대한 반응이 시장에서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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