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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鐵)의 부활]③기대와 우려의 교차

  • 2017.01.24(화) 10:56

공급과잉 지속·수요산업 부진 등 악재 여전
中 구조조정 성과 가시화‥수익성 제고 가능

글로벌 철강 경기는 수년간 부진을 거듭했다. 중국 발(發) 공급과잉 탓이다. 매년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드디어 작년 반전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던 구조조정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국내 철강 산업의 현황과 회생 가능성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올해 국내 철강 산업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기대와 우려의 공존이다. 작년보다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거시적인 시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많다. 아직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아서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중국이다. 작년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국내 철강 산업은 숨통이 트였다. 올해도 중국의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말 중국 정부는 올해 생산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따라서 올해 국내 철강 업체들도 적어도 작년 수준의 수익은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 안심해서는 안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작년 말 '2017년 산업 전망'에서 철강업의 올해 전망에 대해 100점 만점에 20점을 부여했다. 연구소의 분류에 따르면 20점은 하위 수준이다. 조선업이 5점으로 최하위였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긍정 요인이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이유다.

여기에 미국이 트럼프 체제에 돌입하는 것도 철강업 전망을 어둡게하는 요소였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 무역 강화로 국내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따른 중국의 움직임도 국내 철강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작년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좋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철강 수요 산업이 부진한 만큼 올해 철강업에 대해 낙관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올해 철강업 전망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한기평이 주목한 것은 철강 수요 산업들의 부진이다.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수요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건설업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라고 봤다.

중국의 자국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올해 철강업 전망을 어둡게하는 요소로 지적했다. 또 제품가격 상승이 수요 확대에 따른 것이 아닌,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제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실적이 호조세를 보인 것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이지 절대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철강 업황을 짓누르고 있는 공급과잉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수요 산업 부진도 여전하다. 따라서 일시적인 실적 호조에 도취돼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 바닥 찍었다

반면, 올해 국내 철강 업황에 대해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작년부터 시작된 제품 가격 인상과 중국의 구조조정 가시화 작업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하고 구체적인 실천 사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올해 국내 업체들의 실적은 최소한 작년 수준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작년 초 자국 철강산업의 극심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까지 5년간 약 1억~1억50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감축키로 했다.

▲ 업계는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중국 정부가 직접 자국의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천명한 이후 대대적인 생산량 감축에 나섰던 만큼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생산량 감축은 공급과잉 해소를 가져오는 만큼 국내 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중국강철공업협회(CISA)는 중국이 작년 총 7998만톤을 감산한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10월에 이미 연내 목표였던 4500만톤 감축을 달성한데 이어 추가 감축에도 성공,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중국은 올해 본격적으로 유효 설비 감축에 돌입한다. 중국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으로 세계 2위 철강업체로 재탄생한 바오우강철도 향후 3년간 1600만톤의 생산량 감축을 발표했다.

중국의 구조조정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열연강판과 국내산 열연강판의 가격차이는 작년 6월 6만원에서 올해 1월 1만원까지 줄었다. 철근도 같은 시기 8만5000원에서 1만원으로 거리를 좁혔다. 품질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국내 철강 제품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수년간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고전해왔던 것을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서다. 중국이 계획대로 올해도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국내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업계가 목표로하는 작년 수준의 수익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중국 구조조정의 이면(裏面)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 가시화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 어떤 전략이 숨어있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이후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가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의 경제 성장 속도에 발맞춰 무분별하게 진행해 온 철강업의 외연 확대에 제동을 건 대신 내실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내실이란 기술력이다.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생산량은 많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은 일정 수준까지 낮추고 거기서 생긴 여유를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자료:세계철강협회(단위:%·16년은 예상치)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폐쇄된 설비의 73.5%가 노후 등으로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실제로 국내 업계가 기대하는 만큼의 실질적인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일부 유휴설비의 경우 시장 상황 변동으로 재가동에 돌입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바오우강철의 출범과 같이 중국 정부는 철강업체들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면에는 한국 등을 겨냥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철강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한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국내 철강 유통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단순히 외형적으로 보이는 구조조정 효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중국이 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무엇을 노리는 지를 파악해 중국의 구조조정 완료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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