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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의 그늘]①전세기 타고 오는 관광객 '뚝'

  • 2017.01.24(화) 15:39

中, 저가여행 규제 후 전세항공 40% 감소
자영업자·여행사들 "사드탓 매출 줄어" 하소연
과잉반응 경계 속 전문가들 "전략적 인내 필요"

지난해 7월 우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규제수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딛고 일어서려던 국내 관광·유통산업이 이번엔 사드 여파에 여지없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편집자]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국내 관광·유통산업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세기로 날아오던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크게 줄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상인들부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충격은 자영업자들에게 먼저 왔다. 동대문 두타몰에서 남성용 신발을 판매하는 전 모 씨는 "지난해는 하루 20켤레를 팔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5켤레도 못판다"며 "동대문 지역은 올해 들어 매출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명동에서 환전업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도 "사드 영향 탓인지 손님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극장 앞에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 관광안내를 하는 이 모 씨는 "체감상으로도 중국인 관광객이 확연히 줄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에도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익명을 원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춘절기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 예약률이 지난해 춘절기간에 비해 20% 줄었다"며 "일부 여행사에서는 한중수교(1992년)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전세기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정부가 싸구려 여행상품 단속을 명분으로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면서, 이들을 손님으로 받던 상인들과 여행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태국이나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것으로 여행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저가여행 규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0월 이후 석달간 국내 8개 국제공항으로 도착한 전세기는 287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8편에 비해 40% 급감했다. 앞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충격파의 강도는 자영업자나 여행사에 비해 덜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시내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지난해 7월 91만8000명에서 넉달 연속 줄어들며 11월에는 연중최저인 51만7000명으로 떨어졌다. 12월에는 53만6000명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월평균 방문객(67만2000명)에는 못미쳤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12월과 1월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매출이나 고객수 등의 수치는 예년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려고 단체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신규면세점의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중국 정부의 잇단 조치에 긴장하는 것은 국내 관광산업만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현지기업들도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몸을 낮추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식품업체 관계자는 "사드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가 구체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로선 한국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걸 가장 경계한다. 지금은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더 강한 제재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자발급 강화·한류방송 중단·한국산 화장품 수입불허 등 중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감정적인 맞대응으로 중국을 자극하거나 국내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식으로 과잉반응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을 하려고 했다면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을 제한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략적 인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이 압박한다는 이유로 이미 결정한 일을 되돌린다면 앞으로 중국과 마찰요인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물러서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사드 문제로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한중관계는 50년, 100년을 가는 관계다. 길고 넓은 시각에서 더욱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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