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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뇌관 점화]③전매거래 줄기 시작하면…

  • 2017.01.25(수) 15:28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주고 산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해 주택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입주 때 집값이 받쳐주지 않으면 분양권을 산 이들은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 차익을 바라고 산 분양권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분양권 전매거래 현황과 이로 인한 앞으로의 시장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지난달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만료된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 단지. 812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전매가 가능해 진 뒤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현재(25일)까지 163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분양물량의 20.1%가 소유권 손바꿈을 한 것이다.

 

지난달 말 전매제한에서 풀린 경기도 광명 일직동 광명역세권지구 '광명역파크자이2차'도 한 달여만에 분양권 거래 186건이 일어난 것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려져 있다. 전체 1005가구 중 18.6%다.

 

수도권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분양 계약만 하면 바로 전매를 할 수 있는 지방 아파트 분양권은 손바꿈이 더 잦고 또 많다. 내달부터 입주를 앞둔 울산 중구 약사동 '약사 더샵'은 231건의 분양권 거래가 있었는데,  이는 이 아파트 일반 공급분(189가구)의 122%에 해당한다.

 

2015년 364대 1의 청약경쟁로 분양된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일반분양 489가구)는 입주가 1년여 남은 가운데 현재까지 43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입주 전 분양권이 평균적으로 한 차례 가까이 손바꿈됐다는 얘기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분양권 거래는 새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추가적인 입주비용을 유발한다. 청약에 당첨돼 입주까지 하는 경우엔 건설사가 정한 분양가 정도가 내 집 마련 비용이 된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를 거친 아파트에는 웃돈(프리미엄)에, 앞선 분양권 소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중개수수료 등까지 통상적으로 떠안는다.

 

전매 과정에서 적어도 3000만~5000만원 가량 추가비용이 더해지는 셈이다. 입주할 때도 분양권 매수가격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매기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커진다. 또 이른바 '다운계약'(실거래가보다 낮은 낮은 금액으로 허위계약서를 써 신고하는 행위)을 통해 분양권을 샀다면 나중에 집값이 오른 뒤 되팔 때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분양권이 한 차례 이상 거래됐다는 것은 그 다음 매수자에게 시장 진입 비용이 전가됐다는 의미"라며 "높은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샀다면 아무리 실수요자라도 시세 하락에 대한 부담을 더 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올해 분양권 거래는 작년에 비해서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정부가 작년 11월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11.3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수요에도 직접적인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1.3 대책에는 전국 37개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전매제한 기간 강화, 1순위 자격 및 재당첨 요건 제한 등 분양시장 투자수요 진입 문턱을 높이는 조치들이 담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월별 분양권 거래량도 10월에 1만8008건으로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책 이후인 11월에는 1만6632건, 12월에는 1만3208건으로 2개월 연속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분양권 시세에 낀 '거품'도 빠르게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작년 말 줄어들기 시작한 분양권 거래가 올해 시장에서 더욱 위축될 것이 불보듯 하기 때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나 경기도 과천은 아예 분양권을 매매할 수 없게 됐고, 그 외 다른 지역들도 대책과 함께 매수 심리가 꺾인 상황"이라며 "분양권을 넘겨받을 이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웃돈 시세는 조정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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