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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포켓몬고 얼렁뚱땅 한국 출시

  • 2017.01.26(목) 15:23

구글맵 없이 가능…지도 반출 명분 어긋나
알맹이 없는 간담회, 해명 없어 신뢰 흔들

'포켓몬고' 만큼 우리나라에서 숱한 화제를 일으킨 게임이 있을까? 지난해 여름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퍼지자 속초행 교통편이 매진되는가 하면 인접 지역인 양양과 양구, 고성 등으로 헌터들이 찾아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켓몬고는 정보통신(IT)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과 뗄 수 없다. 이 게임은 구글에서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난 2015년 분사한 나이언틱이 증강현실(AR)과 위성항법시스템(GPS) 기술을 합쳐 개발한 것이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구글맵)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선 포켓몬고 자체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나이언틱이 전격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기 전까지 누구나 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이언틱은 구글맵이 아닌 비영리재단 '오픈스트리트맵'의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서비스를 구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맵이 아닌 다른 지도로 충분히 가능했다는 얘기다. 대안이 있었음에도 엉뚱하게 구글은 정부 정책을 탓했던 것이다.

 

실제로 작년 8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구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데이터 반출을 막어 포켓몬고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의 수혜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구글 발제 자료에는 "모바일 시대에 위치 정보와 지도를 결합한 서비스는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될 것. 포켓몬고는 이러한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반출 불허시 한국이 이러한 흐름에 뒤처질 것이 우려된다"는 걱정도 했다.

 

구글의 데이터 반출 요청은 압박에 가까웠다. 반출을 막는다면 고립될 것이란 주장은 '구글이 유일한 답'이라는 오만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IT 기업들이 자사 기술 방식을 뜯어 고쳐 각 나라의 정책을 철저히 지키려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얼리어답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의 신제품 및 서비스 출시에서 제외되거나 늦춰질 때가 있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은 몇개월이 지나야 겨우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다. 테슬라 전기차 매장은 가까운 중국 상하이만 가도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

 

포켓몬고 사례는 이와 전혀 다른 차원, 즉 정부의 'IT 쇄국 정책' 탓에 우리 스스로 장벽을 쳤던 것이라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닌 것이다. 허무하게도 구글의 무리한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이언틱은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포켓몬고 한국 서비스를 알리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때 지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나이언틱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반복했다.

 

구글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나 나이언틱은 지금이라도 명확한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 은근슬쩍 넘어가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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