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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 '뚱바'는 빙그레 것..이유는?

  • 2017.02.01(수) 15:43

'바나나맛우유' 부정경쟁행위 승소
항아리모양·녹색 뚜껑 등 특징 인정

빙그레가 2014년 광고에 활용한 '바나나맛우유' 이미지. 항아리 모양과 녹색 뚜껑 등 '바나나맛우유' 용기 특징이 잘 표현됐다. [사진=회사 홈페이지]

 

'뚱바'라고 들어보셨나요? '뚱뚱한 바나나'를 줄여 부르는 말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의 애칭입니다. 이외에도 단지우유, 항아리 우유 등으로 불리죠. 그만큼 '바나나맛우유'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온 장수식품입니다.

'뚱바'가 최근 법정에 섰습니다. 빙그레가 작년 12월 '바나나맛젤리'를 제조·판매한 다이식품㈜, 한국금차도㈜, 준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죠. 바나나맛젤리가 '바나나맛우유'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것이 빙그레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빙그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김용대)는 지난달 26일 "바나나맛젤리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요. 비즈니스워치가 판결문을 구해 살펴봤습니다.

법적 근거가 된 부정경쟁방지법(제2조 제1호)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표나 용기 등과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세 가지 이유를 근거를 들어 '뚱바'의 출처표시기능과 저명성을 인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바나나맛우유'가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판결문을 보면, ①가운데 부분보다 상부와 하부의 면적이 좁은 육각형 단지 또는 항아리 모양 ②가운데 부분의 테두리 ③녹색 리드를 사용한 뚜껑 ④상단에 초록색으로 기재된 '바나나맛우유' ⑤용기가 반투명해 내용물 색상인 노란색이 띠는 점 등을 '바나나맛우유'의 출처표시기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래는 '바나나맛우유'와 '바나나맛젤리' 사진입니다. 어떤가요. 법원은 바나나맛우유의 ①~⑤ 특징을 비추어, '바나나맛젤리'의 포장지나 재질, 입체감 등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는 빙그레가 오랜 세월 '바나나맛우유'를 판매해왔다는 점입니다. 빙그레가 1974년 '바나나맛우유'를 출시 후 40년 이상 일관되게 단지 모양의 용기를 사용한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죠. 판결문에 따르면 '바나나맛우유'는 1974년부터 2015년까지 67억개 팔렸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해 1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빙그레가 꾸준히 '바나나맛우유'를 광고해왔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바나나맛우유'를 검색하면 빙그레 제품이 대부분 검색 결과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받았습니다. 판결문은 "소비자들이 이 용기의 형태를 비유한 단지우유, 항아리 우유, 뚱바로 부르고 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 빙그레가 지난해 문 연 '옐로우카페'(왼쪽). 아울러 빙그레는 작년 말 CJ그룹이 운영하는 올리브영과 손잡고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을 출시하는 등 바나나맛우유 디자인을 활용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 = 회사 제공]


최근 고유의 디자인이나 상표 등은 법적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루이비 통닭'이라는 한 닭집이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사명을 도용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걸렸고,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자사의 고유한 패턴인 격자무늬를 LG패션과 쌍방울 등이 사용했다며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짝퉁'은 대부분 재판에서 졌습니다.

당연한 소송 결과이지만, 일각에선 약자에게만 엄격하게 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베끼거나 기술 인력을 빼 온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술이나 인력을 뺏긴 중소기업은 망했지만, 대기업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기 일쑤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이란 법명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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