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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식 건물 양성화..입체도시 추진 明暗은

  • 2017.02.16(목) 17:03

도로 결합한 다양한 건축물 설계 가능해져
고속도로 지하화 등은 논란·갈등 촉발 우려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종로와 율곡로를 잇는 삼일대로 위(낙원동)에는 4차로 길 위에 기둥으로 띄워 올려진 15층짜리 대형 건물이 있다. 1969년 완공된 '낙원상가'다. 악기상이 들어차 있고 옥상에 '허리우드극장'이란 오랜 영화관이 있어 서울 사람들에겐 꽤 알려진 건물이다.

 

하지만 사실 낙원상가는 도로법상 '불법' 소지가 있는 건물이다. 도로가 지나는 도로부지의 지하와 상부 공간은 공공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도로가 필요했던 서울시는 이 부지를 점유하고 있던 상인들과 합의해 땅 지분을 나눠갖고 도로 위 상인들이 입주할 건물을 짓도록 한 '융통성'을 발휘해 낙원상가를 탄생시켰다.

 
▲ 서울 종로 낙원상가(사진: 네이버 로드뷰)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미래형 도시 건설 활성화' 계획은 바로 낙원상가와 같은 건물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오는 2019년부터는 민간이 도로 상공과 지하 공간에 다양한 시설물을 개발해 지을 수 있고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김정렬 국토부 도로국장은 "낙원상가는 도시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방 행정에서도 법령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던 시기에 지어진 이례적 사례"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도로와 건물이 입체적으로 엮여 있는 건물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위 아래 공간에 민간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은 지금껏 국내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건물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을 뚫고 달리는 도로가 생기거나,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연결하는 도로도 생길 수 있고, 고가도로와 연결된 건물 옥상에 주차장을 지을 수도 있다.

 

김 국장은 "판교신도시 내 복합건물인 알파돔시티도 원래는 도로로 구획된 공간의 상공을 가로지르는 공용 공간을 통해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법적 제약 때문에 도로 구획에 따라 케익 처럼 나눠 건물을 짓게 됐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대형 주거단지를 개발할 때도 주요 도로를 지하로 넣는 식으로 설계가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 알파돔시티 초기 계획도 및 이후 수정 계획(자료: 국토교통부)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게 국토부 설명. 대표적인 게 프랑스 파리에 있는 '라데팡스'다. 프랑스 파리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거리에 조성된 이 작은 계획도시는 760만㎡로 여의도 면적의 약 2.6배에 달하는 규모지만 모든 도로가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미국 뉴욕의 버스터미널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95'나 시애틀의 워싱턴 컨벤션센터 트랜짓 터널 사례도 있다. 도로 상부를 이용해 연계·환승 체계를 개선하고 교통 네트워크 효율성과 이용자 편리성을 향상한 복합 커뮤니티 공간 조성 사례다. 일본에는 도로가 건물을 관통하는 '게이트웨이 타워',  '아사히신문 사옥'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도로 규제 완화에는 우려스러운 지점도 있다. 도록 위 공간이 상업적 논리에 따라 개발됨에 따라 주민 간, 지역간 마찰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건물을 관통하는 형태의 도로 개념도(자료: 국토교통부)

 

당장 논란이 되는 것이 서초구가 추진하는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나들목(IC) 6㎞ 구간에 대한 지하화 사업이다. 계획 공사비만 3조3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잡힌 이 사업은 기존 고속도로 노선을 지하로 넣고 위를 덮어 공원이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기존 도로법 대로라면 고속도로를 지하화하더라도 상부에는 공원 등 공공시설만 지을 수 있어 재원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이와 함께 민간 개발 자본이 참여해 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재원 조달이 원활해 진다.

 

국토부는 법 개정 추진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첫 단추'인 법적 토대가 마련되게 된 것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특혜 시비로 이어지거나 강남 부동산 시장에 변동성을 키우는 정책이 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서울이라는 도시공간 구조에 영향이 크고 수도권의 균형발전과도 결부되는 매우 복합적인 일"이라며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거쳐야할 합의 과정이나 절차가 많아 당장 실현 가능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인프라 관련 예산 집행이 이미 밀집도가 높은 도심 내 고밀개발로 다시 '유턴'하는 것 역시 논란을 낳는 부분이다.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지방 혁신도시 건설 등과 함께 추진된 균형발전 중심의 교통정책이 서울 등 대도시로 다시 집중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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