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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케미에 #덕후가 몰렸다

  • 2017.02.20(월) 17:19

마니아층 겨낭한 '오덕후의 밤'..홈쇼핑 새바람

▲ 지난해 4월 방송한 '오덕후의 밤' 방송화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피규어 제품이었음에도 주요 캐릭터가 매진된 바 있다. [사진=CJ오쇼핑]

 

"덕후 여러분, 지금부터 덕심주의보를 발령합니다"

지난해 4월22일 새벽 2시 CJ오쇼핑 '오덕후의 밤' 첫 방송. 마블 캐릭터인 아이언맨과 스칼렛위치 복장을 한 남녀 진행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들고나온 건 '어벤져스 피규어'. 영화 '시빌워' 개봉을 앞두고 피규어 마니아를 겨냥해 홈쇼핑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진행자들은 'B급'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복장으로 나왔지만 이들이 방송에서 다룬 제품은 전세계에서 몇백개, 국내에선 많아야 수십개밖에 없는 희귀 제품이었다.

예를 들어 방패를 던지는 모습의 '캡틴 아메리카'는 5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의 '호크아이'는 20개만 국내에 풀렸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싼 가격대였음에도 덕후들은 지갑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33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이 팔렸고 토르·캡틴아메리카·호크아이가 매진됐다.

한정판이라는 희귀성과 덕후 특유의 감성을 공략한 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CJ오쇼핑 입사 3년 미만의 막내급 직원 3명(장인정·한재성·문찬호)의 머리에서 나왔다. 젊고 톡톡 튀는 방송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불러오겠다고 자원한 이들에게 회사는 멍석을 깔아줬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마니아층이 즐기는 상품임에도 '오덕후의 밤' 시청률은 평일 같은 시간대보다 50% 이상 높게 나온다"고 전했다.

화룡점정은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개의치않고 '똘끼'를 보여준 진행자들(김익근·이솔지)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판매방송에서 켄과 춘리(게임 스트리트파이터의 주인공들)의 코스프레로 덕후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본 방송 전 제작한 47초짜리 동영상('1분 홈쇼핑' 플레이스테이션4)은 유튜브에서 8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히트를 쳤다. 깨알 같은 재미와 죽이 척척맞는 케미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회사측은 이색상품과 재미있는 연출로 올해도 덕심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당장 프로듀서(PD) 2명과 상품기획자(MD) 1명으로 구성된 제작인력을 총 7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4월 이후 한달에 한 번 꼴로 방영했던 덕후 대상 프로그램은 올해엔 이번주 목요일(23일) 새벽 2시 첫 방송이 잡혔다. 이번에는 SK와이번즈 팬들을 겨냥했다. 인천구장에서 열리는 SK와이번스 홈경기 72회 입장권을 할인가에 선보인다.

한재성 PD는 "단순히 프로야구 시즌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치어리딩, 응원가 배우기, 선수 애장품 경품 추첨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야구덕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아재들을 위한 용어풀이

*오덕후: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바꾼 말. 원래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의미했으나 점차 특정분야의 마니아층을 일컫는 말로 변함. 한국에선 '덕후'로 줄여 말하기도 함. 덕후라는 말에 '마음 심(心)을 결합한 용어가 덕심.
*피규어(figure):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난감. 관절이 움직여 여러 동작 구사할 수 있음. 관절이 움직이지 않고 받침대에 서있는 장난감은 '스태추(statue)'라고 부름.

*똘끼: 또라이(돌아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 기질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
*케미: 화학반응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chemistry)'에서 따온 말. 사람 사이에 호흡이 잘맞거나 통할 때 사용하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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