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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글로벌 스마트폰 격전지 중국을 가다

  • 2017.02.21(화) 15:00

[리셋 차이니즘]⑬상하이 스마트폰 매장 탐방
'경쟁 위해 현지 특화 제품 개발·마케팅 필요'

▲ 상하이 난징루 애플 매장에서 한 어린이가 아이패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상하이=김동훈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이요? 그런 건 잘 모르겠고요. 노트7 배터리 폭발 사건 이후로 삼성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갤럭시 C 시리즈는 여전히 잘 나갑니다."

상주 인구만 2400만명이 넘는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의 스마트폰 매장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명령)의 영향을 맨눈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다만, 한국산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공략법에 대한 실마리를 일부 발견할 수 있었다.

 

▲ 상하이 난징루에 있는 삼성전자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지난 15일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루(南京路)에 자리 잡은 6층짜리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 매장에는 스마트폰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1층에서 스마트폰을 고른 뒤 카페 분위기로 조성된 2~3층에서 삼성전자 또는 통신사 차이나유니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제품을 개통하고 보호필름 부착 서비스 등을 받았다.

 

▲ 삼성전자 매장에서 고객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매장 곳곳은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는 카페나 미술품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로 연출됐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보는 손님들이 많았다. 6개 층 가운데 2개 층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제품 판매량이 부진하진 않다는 게 매장 측의 설명이다.

 

▲ 삼성전자 매장 일부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매장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사드 배치 문제를 묻는 손님은 없다"며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의 영향으로 신제품이 별로 없어 아쉬울 뿐, 갤럭시 C 시리즈는 중국(China)을 뜻하는 C가 제품명에 붙어 있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C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중저가 모델이다.

 

▲ 화웨이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삼성전자 매장 대각선 맞은편 건물 1층에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화웨이 매장이 있다. 조용한 삼성전자 매장과 달리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손님들이 가득 찼다. 이곳 매장 관계자는 화웨이 스마트폰이 튼튼하고,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삼성전자, 애플 스마트폰은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데,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건 아니다"라며 "외국산이라서 그런지 중국에 강추위가 닥치면 전원이 꺼진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화웨이는 튼튼하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인식이 있어 특히 남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오포 매장 점원들이 스마트폰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화웨이 매장에서 직선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포 매장이 보인다. 예상과 달리 매장 규모는 화웨이보다도 작았고, 점원이 손님보다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소비자는 "상하이는 점포 임대료가 비싸고 소비 수준이 높은 도시여서 그런지 애플이나 삼성 매장은 눈에 띄는데, 오포와 비보 매장은 찾기 어렵다"라며 "그러나 작은 도시에 가면 오포와 비보의 인기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상하이 시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4만9867위안으로 중국 전국 평균 2만1966위안은 물론, 베이징 4만8458위안보다도 높다.

 

▲ 오포 스마트폰은 위챗 계정을 두 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실제로 오포는 1선 도시가 아니라 2·3선 도시 소비자를 상대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점 이외에도 젊은 소비 계층의 수요를 반영한 기능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매장 관계자는 "오포 스마트폰은 중저가이지만 8억명이 쓰는 채팅 앱인 위챗의 계정을 두 개나 쓸 수 있다는 점과 빠른 배터리 충전, 띠 형태로 장착된 안테나 기능이 젊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30대 한 여성 소비자는 "중국은 통화와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변 친구들은 두 개 이동통신사를 동시에 쓰는 경우도 있다"고 밝힌 뒤 "오포의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 중 보정한 셀피(셀프카메라)와 보정 전 사진을 즉시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 [사진=김동훈 기자]


오포 매장에서 대각선으로 고개를 돌리면 애플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번화가마다 있는 만남의 장소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애플 제품을 체험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남녀노소가 애플 제품을 장시간 체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장 관계자는 "애플은 인기가 많지만 사는 사람보다는 구경하는 사람이 많다"며 "갖고 싶지만 비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김동훈 기자]

 

취푸루(曲阜路)역 인근 조이시티 백화점에 입점한 샤오미 매장에 가보니 TV, 공기청정기, 보조 배터리 등 스마트폰보다 다양한 가전제품이 가득했다. 세그웨이를 탄 점원이 매장을 돌며 소비자를 살펴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6730만대로 오포 7840만대, 화웨이 7660만대, 비보 6920만대, 애플 4490만대, 샤오미 4150만대 등의 순이었다. 


국내 기업은 중국 시장에 특화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 상하이 시민이 아이폰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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