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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계속 얇아지는데 무조건 더 쉬라는 정부

  • 2017.02.23(목) 08:30

내수 활성화 대책 내놨지만 뾰족한 카드 없어
5월 임시휴일 지정·김영란법 개정 등도 손못대

정부가 매월 1회 단축근무 유도를 비롯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1340조원을 넘어서면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가계부채에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마저 증폭되면서 점점 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소득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빠졌고, 김영란법 개정이나 5월 임시공휴일 지정 같은 그나마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도 검토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함께 국정공백이 길어지면서 임시방편조차 쉽게 꺼내 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2일 경기도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 소비심리 위축·소득 악화 '총체적 난국'

정부는 23일 관계장관회의 열고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매월 1회 금요일 단축근무 유도 등을 통한 소비심리 회복 방안과 취약근로자 및 저소득층 지원을 통한 가계소득 확충 방안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정책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등 국정 공백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정부가 이날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장기화하는 경기침체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내수 경기는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둔화 등으로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까지만 102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었는데, 지난달 93.3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 자료=기획재정부

정부가 분석한 국내 소비 둔화 원인은 '총체적'이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고용 부진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로 소득 여건도 악화했다. 여기에 더해 생활물가와 생계비가 늘어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도 낮아졌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추진

정부는 이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가계소득 확충 ▲가계부담 경감을 큰 틀로 하는 정책들을 내놨다. 우선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매월 1회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지정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단축근무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이 눈에 띈다. 일본이 오는 24일부터 시행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방안으로, 우리나라 역시 금요일 조기퇴근 권장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중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사용액 소득공제율을 현 30%에서 40%로 1년간 확대하는 방안과 김영란법에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을 내놨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봄 여행 주간을 확대하고, 호텔·콘도 객실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도 포함했다.

이 밖에 저소득층 중심의 가계소득 확충 방안과 가계부담 완화를 위한 생계비 경감 방안도 함께 내놨다. 생계비 경감 정책 중에선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를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이동통신 단말기 경품 기준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 눈에 띈다.

▲ 정부 발표 내수활성화 정책 중 소득 확충 방안과 가계 부담 경감 방안 개요. (자료=기획재정부)

◇ 5월 임시휴일 지정·김영란법 개정은 "검토 중"

그러나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총체적인 내수 둔화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만한 카드는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당장 효과를 낼 만한 내수 진작책으로 거론됐던 방안들은 빠졌다. 5월 초 징검다리 연휴에 임시휴일을 지정하는 방안이나, 내수 침체 요인으로 지적돼온 김영란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 등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포함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5월 초 임시휴일 지정과 관련, "지난해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는데, 소비는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하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 장단점이 있었다"며 "추가로 검토가 필요해 이번 정책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서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사회·법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단축 근무 유도 방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를 끌어낼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실제 일본에서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와 관련, 대부분 중소기업의 경우 금요일 단축 근무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대책에 가계 소득 확충에 대한 근본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차관보는 이와 관련, "이번 대책의 방점은 저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쪽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라며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경우 소비 여력 있기 때문에 소비 심리 회복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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