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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외이사님이 달라졌어요

  • 2017.02.28(화) 15:36

'거수기' 사외이사, 목소리 커지고 위상 높아져
'낙하산' 대신 경쟁사 수장 영입 '약점 보완' 눈길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은행권(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사외이사 등의 자격요건이나 선임과정이 깐깐해졌고, 관치나 외압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커진 영향이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외부 인재 영입이 활발해진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스스로도 경쟁사 CEO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가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한 비은행 부문에 강점을 가진 인재를 수혈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사외이사 상당수가 교수 등 학계 출신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만한 변화다. 사외이사들의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분위기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외압 잦아들면서 목소리·위상 커진 사외이사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체제로 변화하면서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과점주주체제의 정착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시작됐지만, 사외이사들도 적극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이나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한데 이어 현재 은행 상근감사위원 선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오늘(28일) 임추위는 8명의 감사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추리고, 오는 3월2일 인터뷰를 통해 감사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그동안 은행 감사 자리는 대부분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던 반면 이제 사외이사들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감사를 선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추진하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앞서 우리은행 지분 6%를 소유한 주주사 IMM PE는 지주 전환과 관련해 은행과 별도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은행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 경쟁사 CEO급 곳곳 포진‥금융사 경쟁 격화 영향

 

최근 1~2년간 주총에선 경쟁 금융회사 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들이 두드러졌다. 올해 속속 사외이사 추천을 마친 금융지주 등을 보면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졌다. 경쟁사 수장 출신은 물론이고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비은행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노력도 엿보인다.

 

우리은행에선 과점주주 추천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신한금융은 새 사외이사로 주재성 금융감독원 전 부원장을 영입했다. 주재성 전 부원장은 또 경쟁사인 우리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2년간 지내기도 했다.

 

KB금융엔 이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사외이사로 포진했고,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도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교수 일색에서 은행·비은행 출신 등 스펙트럼 다양


KB금융은 올해 주총에선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스튜어트 솔로몬 전 회장은 16년간 생명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보험업 등 비은행 분야의 이사회 자문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KB금융이 최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차 교수는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한바 있고,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6년간 삼성카드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카드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상대적으로 빈약한 카드사업을 강화하는게 숙제다. 카드업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하나카드를 업계 상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한때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거수기라고 비판했지만, 요즘 이사회에 들어가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사외이사 선임이 까다로워지고 실제 선임된 사외이사 면면을 봐도 만만치 않은 분들이어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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