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삼성 2·28 쇄신]②컨트롤타워 공중분해 '시계제로'

  • 2017.02.28(화) 17:51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계열사 각자 도생
전자·생명·물산 등 3대축 재편 가능성도
최지성 부회장 등 핵심인재도 줄줄이 떠나

삼성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짜던 미래전략실이 공중분해 됐다. 미래먹거리 발굴과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등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몰고온 쓰나미에 삼성그룹의 두뇌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도 버티지 못했다.

 


◇ 유례없는 컨트롤타워 해체

 

미래전략실은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비서실(1959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뒤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 등으로 명칭이 바뀌기도 했지만 총수를 보좌하며 그룹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처럼 미래전략실 자체를 해체한 건 삼성 역사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삼성은 업무지원실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남겨뒀다.

 

관건은 국내외 계열사만 400개가 넘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의사조율과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며 미래전략실을 가동한 것도 계열사별 독립경영으로는 그룹 안팎의 복잡한 현안에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가 컸다.

중장기적으로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지주회사가 넘겨받는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최순실 사태로 지배구조 개편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라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계열사 사장들이 모이는 사장단회의와 같은 집단경영체제 도입 가능성도 폐기됐다.

◇ 전자·물산·생명 3대축 잘 굴러갈까


결국 삼성의 선택은 각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비상시국을 돌파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계열사가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분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무게중심은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에 실린다.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도 종잡을 수 없다. 비슷한 계열사끼리 논의하고 협력할 순 있겠지만 이마저도 계열사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의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식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완전히 별개의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엔 핵심계열사가 주도권을 쥐고 맏형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자·전기·정보기술 계열사는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고, 금융쪽에선 삼성생명 주도 아래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이 모이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삼성물산 중심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사들이 뭉치는 그림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3대축(전자·생명·물산)이 다른 계열사를 이끄는 구도 또한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제대로 통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번에 발표한 쇄신안은 '계열사 자율경영'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돼있지만 총수 부재라는 비상국면에서 각자의 판단과 능력으로 '살아서 돌아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은 그 일환으로 그간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한꺼번에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이날 삼성SDI만 따로 사장 인사를 실시했다. 앞으로 계열사별 최고경영자 선임 발표가 줄줄이 잇따를 전망이다.

 

◇ 막내린 2인자 시대..주요인사도 줄줄이

조직의 해체뿐 아니라 핵심인재도 그룹을 떠난다. 대표적으로 미래전략실장을 맡아온 최지성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한번 목표를 정하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성과를 내는 '독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별명이 '독일 병정'이었다. 반도체를 빼곤 세계 1위가 드물었던 삼성이 휴대폰과 TV 등에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것도 최 부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그룹의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그룹을 떠난다.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멘토 역할을 했다. 이번에 미래전략실 팀장들(사장이나 부사장급)과 함께 퇴임하면서 삼성그룹의 2인자 시대도 막을 내렸다. 최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그룹내 대표적인 기획·정보통으로 통하는 장충기 사장(미래전략실차장)도 옷을 벗는다. 삼성의 대외업무를 총괄했던 장 사장 역시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돼왔다.

물러나는 미래전략실 팀장들 중에는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전략을 짰던 김종중 전략팀 사장과 인사업무를 맡았던 정현호 인사지원팀 사장 등이 포함돼있다. 김 사장은 방위산업과 화학사업에서 손을 떼고 핵심사업에 주력하는 '이재용식 사업구조 재편'의 밑그림을 짠 인물이고,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이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 중일 때부터 깊은 인연을 쌓아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의 의중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포스트 최지성'으로 거론되던 이들마저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삼성을 떠나면서 삼성 앞날엔 당분간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