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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CP, 뜨는 전단채]② 동양 사태로 본 명암

  • 2013.10.02(수) 14:39

CP 문제점 다시 부각..전단채 활성화 계기될 수도
동일위험 노출 마찬가지..제도보완 등 갈길 멀어

회사원인 김진수(41)씨는 석달전 3개월짜리 전자단기사채 신탁에 가입했다. 은행 예금과 비교해 금리조건이 좋은데다10월이 만기여서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별다른 고민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최근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가 가입한 상품은 동양 전단채 신탁 30XX호였다. 증권사 직원에게 항의해봤지만 본인도 그렇게 될줄 몰랐다는 해명만 돌아왔다.  투자결정을 한 것은 본인이니 손실이 나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 상태다.

 

최근 동양 사태는 기업어음(CP)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또 이에 대한 반사익으로 전자단기사채가 더우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도 한편에선 나온다. 다만 상대적으로 발행 규모가 적었을 뿐 동양 계열사의 CP든 전단채든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론 둘 모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여전히 절대적으로 큰 CP 발행량과 비교하면 아직 전단채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 동양 유동성 위기, CP 문제점 재주목 계기

 

최근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그 최대 피해자로 개인 투자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동양그룹은 주로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판매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어음(CP) 가운데 개인투자가들이 매입한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90%가 넘는다. 투자자 수로 따지면 99%를 넘어설 정도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면서 CP시장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발행규모를 제대로 고시하지 않는 CP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러다보니 동양 사태를 계기로 CP를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전단채의 정착 속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전단채 발행이 꾸준히 증가하긴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CP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CP 발행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CP시장의 문제점은 누누히 제기돼 왔고 이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되는 중이었다. 기업 신용에 기초해 발행되는 만큼 경제여건 악화 등 위기에 취약하고 시장 구조가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과거 LIG건설이 법정관리 들어갔을 때도 법정관리 직전 LIG건설이 1800억원 어치의 CP를 발행하면서 이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에 들었던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신탁자산에서 투자자별 CP 보유비중 상으로 개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부적격 등급의 계열사 회사채나 CP의 투자 권유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이달부터 적용될 예정이었고 결국 그 전에 일이 터졌다.

 

◇ CP 규제차익 최소화 절실·인수가능 기관 확대 조언도

 

그러나 이번에 손실이 예상되는 금융상품에 전자단기사채도 포함돼 있다. 규모가 적다고는 하지만 회사채와 CP와 마찬가지로 손실 위기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믿고 투자한 경향이 없지 않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겐 배신인 셈이다. 전단채 역시 유동성 위기가 닥칠 경우 결과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전자단기사채 제도 자체도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발행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전단채가 전체 단기채권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낮다.

 

무엇보다 전단채를 위해 CP 규제차익을 없애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3개월 안쪽의 전단채는 증권신고서 발행이 면제되지만 그 이상의 만기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로 인해 자금조달 편의성 면에서는 CP가 더 선호되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일주일 가량이 소요되고 발행금액의 0.05~0.07%포인트의 발행분담금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긴 안목에서 전단채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다양한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CP와의 규제차익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1990년과 2003년에 CP의 전자발행제도를 도입했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단기간내 정착에 성공했다. 일본 역시 도입 초기엔 부진했지만 CP의 세제혜택 축소와 원천징수 적용 면제 등을 통해 3년만에 급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단채를 증권사만 인수할 수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CP는 은행과 종금사가 모두 인수할 수 있다. 양진수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은행과 종금사가 제외되면서 그만큼 인수기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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