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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28 쇄신]⑥'암초' 만난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 2017.03.07(화) 10:31

생명·화재·카드 사장 모두 연임 "조직 안정화부터"
계열사 간 시너지 사업 '제동'…삼성생명 역할 주목

"그룹 오너 일가도 아니고, 임기도 끝나가니까 저렇게 버티는 것 아니겠어요?"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갈등하는 삼성생명에 대해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평했다. 지난해 말까지도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연임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이런 평가가 가능했다. 오너가 회사를 이끄는 교보생명과 다르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최고경영자(CEO) 중징계 압박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지난달 23일 업계의 예상을 깨고 김창수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CEO 중징계를 결정하기 전에 연임을 확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삼성생명은 이후 금감원이 중징계를 확정하자 뒤늦게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돌아서며 김 사장의 연임의 길을 터줬다. 금감원 역시 오는 16일 중징계 건을 다시 심의하기로 하면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 기사 ☞ 난감한 금감원…자살보험금 중징계 '수위조절중'


◇ 생명·화재·카드 CEO 연임…추후 순차 인사 가능성도

삼성생명의 이런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와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각 계열사 안정화 차원에서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는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연임도 같은 이유에서 필요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삼성생명은 
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의 금융계열사를 이끄는 '컨트롤타워'로도 주목받고 있어 CEO의 공백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그룹 체제가 다시 안정화될 때까지 현 사장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통상 임기가 끝나는 사장과 임원의 경우 연말 일괄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해 연임이 결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연장된 사장을 당장 한두 달 만에 다시 바꾸는 건 어렵더라도,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이 끝난 뒤인 오는 5월 말 이후에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현 (사장)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이런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는 각 금융계열사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전략실 안에서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 사업 등을 총괄했던 '금융일류화추진팀'이 사라지면서 전체 금융 계열사 차원의 주요 경영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각 계열사가 추진하던 신사업이나 조직 개편 등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례가 없기 때문에 당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가 불확실해지면서 이미 주요 경영 사항이 올스톱됐었다"며 "어느 정도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움직이기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 특검, '삼성, 금융지주사 전환 청탁' 주장에 부담

삼성그룹이 추진했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도 불투명해졌다.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지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건넨 돈이 뇌물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이 전자, 물산과 함께 그룹 3대 축 가운데 하나로 금융계열사들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는 회의론도 많다.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미래전략실이 주도했던 것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한 임원은 "책임 소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계열사의 자율성이 더 커지지 않겠냐"면서 "삼성생명이 공식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실 내부에서도 각 계열사가 어떻게 할 건지 서로 귀동냥을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이번 사안이 정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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