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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13' CJ와 국세청의 악연

  • 2017.03.09(목) 11:00

[커버스토리]국세청은 왜 CJ를 노렸을까
4년전 전방위 세무조사..줄줄이 '부실과세' 판명

응답하라 1994가 시청률 10%를 돌파하고 대박을 터뜨렸던 2013년 가을, CJ E&M 경영진은 웃을 수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장부를 압수해 갔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기업 오너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조세범칙조사와 심층세무조사였다. 

국세청 세무조사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2600억원을 추징당했고 CJ E&M에는 335억원의 세금이 통보됐다. 이 회장과 회사 측은 세금 부과 처분이 억울하다며 국세청과 감사원, 조세심판원, 법원 등에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의 세금 추징이 부당하게 이뤄졌음을 주장한 것이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그렇다면 2013년 CJ에 대한 무더기 세무조사는 과연 적법하게 진행된 것일까. 최근 심판당국은 CJ가 제기한 세금 불복 사건들을 연이어 받아들이고 있다. 국세청의 4년전 세무조사에 대해 '부실과세'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 회장과 CJ E&M은 1000억원 넘는 세금을 돌려받게 됐지만 국세청과의 불편한 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CJ 세무조사를 이끌었던 국세청 관계자들이 아직도 최고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론: 잘못된 만남

국세청과 CJ의 악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6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주식이동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과 CJ 임원들이 세무조사 대응에 고심하던 중 국세청 고위직으로부터 은밀한 연락을 받았다. 세무조사를 봐줄테니 뒷돈을 좀 보내라는 제의였다. 

당시 심부름꾼을 자처한 허병익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이 서울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에 찾아갔고 신동기 CJ 부사장이 30만달러(당시 기준 2억8400만원)를 건넸다. 이 돈은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전달됐고 며칠 후 이 회장과 신 부사장, 허 국장 등 뇌물수수 관계자 4명은 용산의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3000만원이 넘는 프랭크뮬러 시계와 2000만원대 여성용 시계가 전 청장과 허 국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그들의 뇌물수수 사실은 7년 후에 밝혀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CJ의 비자금을 수사하던 검찰이 신 부사장의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전 전 청장과 허 전 국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법정에 선 국세청의 두 고위직은 뇌물수수의 책임을 서로 미뤘다. 허 전 국장은 CJ로부터 받은 뇌물이 모두 청장의 지시였다고 진술했고 전 전 청장은 부인했다. 전 전 청장은 오히려 허 전 국장이 대학 동창인 신동기 CJ 부사장을 통해 먼저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뇌물수수 제의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때 서울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는 "군자는 하늘을 원망하지도 남을 탓하지도 않는다(불원천불우인 不怨天不尤人)"며 책임을 미루는 두 사람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해 7월 CJ 세무조사 책임자였던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도 CJ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당시 국세청에서 CJ에 우호적이었던 인물들은 모두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송 전 청장은 퇴임 후인 2014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STX그룹으로부터 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 본론: 회장님! 세금 더 내셔야죠

CJ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3년 6월14일부터 8월12일까지 이재현 회장을 상대로 범칙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이 넘겨준 자료를 토대로 이 회장의 역외탈세 혐의를 밝혀냈는데 추징 세액만 860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해 세금을 빼돌렸다는 혐의였다. 

CJ그룹의 대표적 미디어 회사인 CJ E&M도 2013년 9월26일부터 2014년 3월13일까지 심층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CJ E&M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비용처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335억원의 과세예고 통지를 보냈다. 하지만 CJ E&M은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과도한 세금 추징 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56억원이 줄어든 279억원을 내야 했다. 

당시 CJ E&M에 대한 세무조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CJ E&M이 그해 2월에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CJ 측은 2013년에만 두 번의 고강도 세무조사, 회장에 대한 조세범칙 조사, 검찰 비자금 수사까지 전방위로 압박을 받은 것이다.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 압력을 행사한 시기도 2013년 7월이다. 2014년 3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CJ E&M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때 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이 'CJ E&M에 불이익을 주라'는 청와대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사 보복을 당했다는 의혹이 최근 특검에서 제기됐다. 

# 결론: 그 세금 너무 과했다

CJ 측은 국세청의 과세에 반발했다. 2014년에만 3건의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 2년 간의 공방 끝에 지난해부터 속속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은 CJ E&M이 제기한 58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취소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2013년 8월 국내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를 제작한 CJ E&M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심판 결정은 지난달 10일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기존 과세금액 가운데 50억원이 취소됐다. 국세청의 부과 처분 중 8억원(14%)만 적법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영화와 관련한 모든 지적재산권은 문화산업전문회사인 스노우피어서(Snowpiercer) 유한회사가 단독으로 보유했던 것"이라며 "CJ E&M에 대한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3월에는 CJ E&M의 또 다른 심판청구가 인용됐다. CJ E&M이 2013년 9월부터 받았던 세무조사에서 만화 케이블방송인 챔프TV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추징당한 사건이었다. 심판원은 "주식의 양도가액은 정당한 협상에 의해 형성된 가격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국세청이 법인세를 증액 고지한 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심판청구 대리인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2013년 이재현 회장에 대한 국세청 주식이동 조사에서도 위법성이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이 회장에게 조세포탈 명목으로 추징한 2600억원 중 860억원(33%)을 돌려주라는 내용의 '경정' 처분을 내렸다. 심판원은 "이 회장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해 주식을 보유한 투자행위는 불법적인 소득은닉으로 볼 수 없다"며 "국세청이 10년의 국세부과제척 기간과 부당과소신고 가산세를 적용해 과세한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 이 회장에 대한 심판청구 사건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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