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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AI 개발도 정부가 주도?

  • 2017.03.10(금) 14:45

미래부, 올해 1600억 AI 연구개발 투자
기업들 "환영하나, 규제개선 더 힘써야"

▲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첫번째 대국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구글]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기초기술 등 3개 분야 연구개발(R&D)에 총 1630억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비중은 SW 739억원, HW 258억원, 기초기술 633억원 등입니다. 전체 규모는 작년 관련 예산 1106억원에 비해 47% 증가된 수준이라고 합니다. 

 

장기적 목표도 있습니다. 전략적 AI R&D로 지능정보기술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도약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실행 사례 가운데 핵심 하나만 보면, 미래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엑소브레인'이라는 자연어 처리 AI를 만들고 있는데요. 장학퀴즈 역대 우승자들을 상대로 승리하고, 기술이전·특허출원·국제표준 승인 등 가시적 성과가 있다는 게 미래부 설명입니다.

 

더 나아가 엑소브레인의 언어처리와 관련한 주요 요소기술을 산·학·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는 9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공개하는 한편, 오는 2019년 말까지 법률과 특허, 금융 분야의 사업화 기술개발도 완료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나선 배경은 작년 3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AI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AI 관련 사업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움직임에 '환영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려의 이유는 그간 정부 주도로 추진된 바 있는 '토종 OO 개발'이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죠. 한국형 리눅스, K도스, 모바일 운영체제(OS)….결과는 아시죠? 망했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선 민간 주도의 경쟁 환경 조성과 규제 완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정부가 알파고를 만든 건 아니죠. 구글이 '돈 되는' AI 시장을 보고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6억5000만달러(약 69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의 시장에서 태동된 혁신적인 기술과 과감한 투자가 만든 것이란 분석입니다.

 

물론 AI는 모바일 OS 같은 플랫폼과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글로벌 단위 시장을 대상으로 팔리는 스마트폰의 OS와 달리 AI는 언어별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나 애플의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의 경우 한국어 능력이 국내 기업보다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AI 플랫폼은 OS와 달리 언어 장벽이 있다"며 "아마존 에코는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패할 가능성이 큰 신생 분야에 대한 기초연구 분야의 경우 기업이 과감하게 시도하기 어렵지만, 정부는 공익 목적으로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AI 분야에 10년간 6000억~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하이 리스크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성과가 나오면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SK텔레콤도 AI 관련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위한 데이터를 기술이전 형태로 구입해갔다고 합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자연어 분석 및 질의응답 핵심기술 개발은 민간 영역에서 이미 추진하고 사업에 쓰인 기술들과 겹치기도 합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AI 스피커 '누구', KT의 AI 기반 IPTV 셋톱박스 '기가지니', 네이버의 '클로바'가 그런 사례입니다.

 

민간 기업과의 경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속도 면에서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만 해도 지난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총 3단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술이 개발되는 시점까지 기업들이 기다릴 수 없다는 겁니다. 

 

국내 대표적 IT 전문가인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금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시대"라며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1조원 주고 인수하고, 포드는 AI 스타트업인 아르고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기업들은 엄청난 투자를 통한 전쟁을 연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는 1600억원 정도를 AI에 투자하면서 기업에도 돈을 내라고 하는 형편(AI 관련 국가 프로젝트 예산 1704억원 중 국고 1278억원, 민간부담 426억원을 뜻함)인데, 기업이 적극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핀테크만 해도 규제 때문에 사업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거죠.

 

AI 기반 챗봇 시스템을 준비 중인 O2O 맛집 앱 '식신'의 안병익 대표도 "정부의 AI 퍼스트에 대한 관심은 환영하나, 민간 주도로 하는 게 더 맞다. 정부가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니다"라며 "AI 관련 과제의 50~70%를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규제 개선에 힘을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I 관련 대기업 관계자도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에 초점이 있는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모바일 메신저가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될지 아무도 몰랐다"며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형태로 구현 가능한지 등 AI 관련 전방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인공지능과 인지 컴퓨팅 분야 기술은 최고 기술국 미국과 2.4년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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