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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소외계층 지원이 다는 아니다..'카카오의 새도전'

  • 2017.03.13(월) 13:57

공동주문 신개념 장터 카카오 메이커스
중소상공 활력·재고율 제로로 사회공헌
김범수 의장 팔 걷어..성공사례 더 만든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카카오톡에선 독특한 온라인 장터가 열린다. 카카오톡 더보기 항목에 추가된 '카카오 메이커스'란 이색 쇼핑몰 얘기다.

그냥 보기엔 여느 쇼핑몰과 다를 바 없다. 핸드백 등 액세서리류부터 가정용 소품, 스마트폰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깨알 같은 소개글과 함께 올라온다.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다음부터가 다르다. 주문량이 일정 수량을 넘어야 비로소 거래가 이뤄진다. 판매자가 제시한 수량에 미치지 않으면 매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일종의 공동주문 생산 개념이다. 

 

이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재고가 남을 일이 없다. 제조사는 재고 부담이 없어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소비자는 재고 비용이 제거된 가격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낭비와 불필요함을 없앨 수 있어 이득이다. 신개념 사회공헌인 셈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난 7일 카카오톡의 카카오 메이커스를 열어보니 시계, 휴대폰 거치대, 전통팔찌, 단팥빵 등 상품이 올라왔다. 시계 상품이 올라오자 1분도 안돼 7명의 사람들이 시계 상품에 ‘좋아요’를 눌렀다. 휴대폰 거치대는 1시간 만에 제품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주문수량 조건을 채웠다. 이튿날 확인해보니 전날 새로 올라온 24개 제품 중 65%인 15개 제품이 주문수량을 확보했다.
 
카카오 메이커스는 카카오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회공헌 사업 가운데 하나다. 가입자 4000만명을 확보한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활용,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철학이 담겨 있다.

즉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개인사업자와 중·소상공인들에게 판을 깔아준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관심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작년 2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아예 관련 사업을 떼어내 '카카오 메이커스'란 신설 법인을 설립했다.
 

 

 
▲ 카카오메이커스 화면

카카오 메이커스같은 기업을 '소셜임팩트(Social Impact)'라고 한다. 소셜임팩트는 기업의 특성을 살려 사회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등 궁극적으로 사회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사회공헌 개념이다.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돕는 기존의 사회공헌 방식과 접근 자체가 다르다. 

 

카카오 메이커스는 '공동주문을 통해 낭비 없는 생산과 가치 있는 구매'를 가치로 내걸고, 대량생산·소비로 이뤄지는 현재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메이커스에서는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최소주문수량이 채워져야 제품 제작에 들어간다. 수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주문은 자동으로 취소되고, 수량을 채우면 '주문성공' 표시가 뜨면서 제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평균 20% 수준에 이르는 재고낭비를 없앴다는 것이 카카오측 설명이다. 상품 제작이 확정되면 메이커스가 제품 생산을 위한 비용을 제조업체에 미리 지급해 제조사의 초기 생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비용 부담이 덜한 만큼, 카카오 메이커스에는 주로 개인 아티스트와 소규모 브랜드 사업자들이 참여한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지난 2월말 기준으로 누적 매출액은 81억원, 판매된 제품 수는 1651개에 이른다. 참여 파트너사는 447개사이며, 이 가운데 2회 이상 이 곳에서 판매한 업체가 절반(217개사)에 달한다. 무려 95%의 높은 주문성공률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의 매출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참여 업체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수제청과 음료를 제조하는 하우스쥬스 오상은 대표는 "제품 특성상 선주문 후 제작이라는 콘셉트와 잘 맞았다"며 "실제로 1, 2차 때 완판이라는 성과를 이뤄내 5월에도 카카오메이커스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화장품 제조업체 크란츠의 담당자는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해 홍보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사이트에 고객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 전통차 판매업체인 소산원은 메이커스에 제품을 선보인 이후 매출이 30% 가량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드리퍼 생산업체인 메가크리에이트는 카카오메이커스 입점 이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 제품 공급 제안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메이커스를 지속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다루는 상품 영역을 확대해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제조업의 생산 방식을 바꾸고 소셜임팩트라는 낯선 개념의 사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카카오의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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