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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차단 첫날 26% 감소...미-중 회동에 쏠린 눈

  • 2017.03.17(금) 11:21

3월15일, 중국인 입국 1만6136명..26% 줄어
관광·유통·화장품 난감..미국-중국 회동 결과 촉각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지난 15일 방영된 '완후이(晩會)'에 롯데는 물론 한국제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완후이에 방영될까 노심초사하던 국내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재로서는 일단 중국이 수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미 중국 당국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후폭풍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보복 강도를 높일지 여부는 조만간 있을 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들의 회담 결과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가슴 졸였던 국내 기업들

지난 15일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방영된 '완후이'에는 국내 기업들이 거론되지 않았다. 방영 전 중국 현지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지속돼왔던 만큼 한국기업들이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완후이에서 한국 기업이 거론된다는 것은 곧 한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만큼 우리 정부도, 기업들도 지난 15일 밤 방영된 '완후이'에 주목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 실무자들도 실시간으로 '완후이'를 체크하며 이후 사태에 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되고 있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 올해 중국 CCTV의 '완후이'에 국내 기업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사진=중국 CCTV 화면 캡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한국기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달 받긴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유관 부서와 담당자들은 해당 사항을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한국기업은 물론 롯데도 포함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면서 "현재 중국 당국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완후이의 공격 대상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었다. 미국의 나이키와 일본의 가루비, 무인양품, 이온슈퍼 등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완후이가 방영된 시점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시점이어서 중국 당국의 저의가 무엇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중국 당국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현재 갈등 관계에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강경한 메시지를, 한국 사드 배치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틸러슨 장관 방문을 앞두고 미국 기업을 공격한 것은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앞두고 사전 분위기 잡기에 나선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많다.

◇ '사드 보복' 끝나지 않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 당국은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중국내 여행업체들에게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보복이 암묵적인 동의하에 벌어져 왔다면 이번 건은 비록 '구두' 조치이지만 사실상 제재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조치는 곧바로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 자료 : 법무부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한국관광상품 판매 금지령이 내려진 첫날인 지난 15일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수는 총 1만6136명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날 대비 25.9% 감소한 수치다.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조치가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 14일 중국인 입국자 수는 9463명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날에는 2만187명이 입국했다.

일평균 중국인 입국자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작년 3월1일부터 15일까지 일평균 국내 입국 중국인 수는 1만9296명이었다. 반면 올해 같은기간 일평균 중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대비 12.3% 줄어든 1만6922명에 그쳤다. 중국 당국의 계속된 보복 조치에 따른 후폭풍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인 방문객 수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한국관광 금지 조치를 내린 만큼 당분간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되면 중국인 관광객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했던 관광, 유통업계, 면세점 판매비중이 높은 화장품업계 등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미국·중국 회담에 쏠리는 눈길


업계에서는 오는 4월로 예정돼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양국 정상 회담에서 이 문제가 심층적으로 논의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조율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일본을 거쳐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 정부는 틸러슨 장관을 통해 중국 사드 보복의 부당함을 적극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움직임이다. 완후이에서 한국기업을 제외했다는 것은 사드 보복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연일 진행해왔던 롯데마트 영업정지 조치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도 사드 보복의 속도를 늦추고 일종의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따라서 틸러슨 장관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 당국이 일정 부분 수용한다면 사드 보복의 수위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반면 지금껏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공책을 펼쳐왔던 만큼 갑자기 수위를 낮추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외적인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상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보복 강도를 줄일지 유지할지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현재 우리의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장에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정부가 벌인 일인 만큼 책임있는 후속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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