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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감원 재등판' 대우조선 구원할까

  • 2017.03.20(월) 15:06

다급해진 금융위, 금감원 통해 시중은행 참여 독려
행동대장 금감원 '경남기업 트라우마' 극복할지 관심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처리방안 마련에 앞서 '행동대장' 금융감독원이 다시 등판했습니다. 최근 몇년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금감원인데요. 민감한 시기,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했으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대우조선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시중은행의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1~2년간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생사의 기로에 서서 구조조정이 한창인 때에도 과거와 달리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데요. 그동안 구조조정은 금융위원회에서 진두지휘했고 산업은행에서 주도했습니다. 최근 금감원이 다시 행동대장으로 나서자 그만큼 금융위가 대우조선 처리방안 마련을 놓고 다급한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 '경남기업 트라우마'로 한발 물러나 있던 금감원

금감원은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한발 물러나 있었습니다. 대우조선 4조2000억원 지원 과정에선 채권자인 동시에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던 만큼 시중은행의 동참을 요구할 명분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이나 현대상선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서도 시중은행들이 과거와 달리 동참을 꺼렸던 영향도 있겠죠. 사실상 국책은행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다보니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도 크지 않았는데요.

무엇보다 금감원이 구조조정에 개입하길 꺼렸던 이유는 2015년에 불거진 '경남기업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김진수 전 부원장보가 2013년 기업금융개선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농협 등 채권금융기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요. 결국 김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10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로 인해 금감원에선 또 다시 '변양호 신드롬(공무원 등의 보신주의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경향)'이 일었습니다.

그 이후로 금감원은 채무조정안 마련 과정에서 채권은행을 불러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 당시에도 산업은행이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소집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고요.

 

물론 금감원도 물밑에서 측면지원을 해 왔겠죠. 또 구조조정 방안이 결정된 이후엔 시중은행의 관련 기업 여신한도 축소 혹은 회수 자제를 요청하거나 건전성 재분류 등 구조조정 후속 과정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경남기업 사건 이전까지 구조조정 전면에 나섰던 모습과는 온도차가 있습니다.

◇ 다급한 금융위, 산업은행만으론 역부족

지난 17일 금감원이 직접 대우조선 채권금융기관에 속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라는 겁니다. 이 자리에서 김영기 부원장보는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할 구체적인 지원내용을 언급하면서 고통분담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시중은행이 동참하지 않으면 사채권자 등의 합의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구요.

금융위가 그동안 한발 물러서있던 금감원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위 입장에선 산업은행만으로 시중은행의 동참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으로 판단, 보다 더 강력한 툴(금감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4조2000억원을 지원한 지 1년 반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혈세투입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점도 감안했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초대형 현안 처리에 대한 추진 동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시중은행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A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이 금감원인지 산업은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사보고서 결과를 봐야 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보고서나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실사 결과에 따라 이 정도를 지원하면 살 수 있으니 지원해달라'는 식"이라며 "과거와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행동대장의 영(令)이 제대로 설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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