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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휩싸인 '대부업 이자율'

  • 2017.03.21(화) 08:35

대선 앞두고 정치권 "이자율 인하" 목소리 커져
"저축은행·대부업서 외면받는 저신용자 양산" 우려도

"대부업 금리를 낮추면 신용등급 9~10등급에 대한 대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10%포인트 인하가 아닌) 5%포인트 인하를 생각한 겁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2015년 6월 23일,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5년 당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방안을 설명하면서 금리를 지나치게 내릴 경우 대부 시장이 불법 사금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을 돕겠다며 이자 상한률을 낮추면, 수지 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대부업체가 문을 닫거나 아예 불법 사채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기존 34.9%였던 대부업 상 최고금리를 29.9%로 5%포인트 낮추자는 견해였고, 야당 측은 10%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해 3월 양측이 원하는 금리의 중간인 27.9%로 인하하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 민주당 "일본도 20%…대부업체들 엄살"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다시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행 27.9%인 대부업체 최고 이자율을 단계적으로 20%까지 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다.

대부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업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임 위원장이 대부업 금리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일부 업체들이 불법사채시장으로 숨게 되고, 저신용자들이 이런 불법 사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대부업체들의 주장처럼 지난해 초 대부업 최고 금리를 인하한 뒤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의 대부업체 이용 건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9~10등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체 이용자는 29만 5000여 명이었는데, 지난해 말 27만 2000여 명으로 줄었다. 반면 4~5등급은 6만 1000여 명에서 6만 400여 명으로 늘었다.

▲ 자료=한국대부금융협회

대부업 시장 규모도 처음으로 줄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8조 9500억원가량이었는데, 지난해 말 8조 9000억원으로 줄었다. 대부업계에선 금리 인하로 영업이 어려워진 업체들이 영업 규모를 줄이거나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 위주의 영업을 하는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법정 최고 이자율을 낮추자는 측에서는 대부업체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대부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도 최고 금리가 20%로 우리나라보다 낮고, 국내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최고 금리를 낮춰도 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 측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서민들을 위한 10%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 이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제도권서 멀어지는 저신용자 대책 필요"

금융권에서는 포퓰리즘 식으로 무작정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당장 돈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한 복지 확대와 일자리 정책 등이 실효성 있게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업 금리를 내리면 대다수 서민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저신용자의 경우 소득은 늘지 않는데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전 금융권에 걸쳐 대출을 조이는 것과 더불어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대부업체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대출을 더 급격하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최저신용자인 9~10등급뿐 아니라 6~8등급까지 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본에서도 금리를 무작정 20%까지 내렸다가 불법 사금융 피해 등으로 문제가 되면서 다시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번 내린 금리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다시 올리기 어려우니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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