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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발전 빛과 그늘]①전력시장의 '구원투수'

  • 2017.03.21(화) 14:15

전력수요 대응 위해 민간기업 활용…발전시장 개방
6개 발전공기업과 경쟁…장기 수익성 확보 불투명

한 때는 전력산업의 구원투수였던 민간발전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블랙아웃(2011년) 사태 이후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린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됐다. 전력 용량요금 인상으로 수익성은 전보다 조금 개선됐지만 여전히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민간발전사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전력은 부족했다. 전력은 공공재이지만 정부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정부는 산업화를 위해 1967년, 민간발전사들에게 전력시장의 문을 열었다.

 

민간발전시장은 1990년대 중반 들어 다시 꿈틀댄다. 장기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다시 사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부터다. 기회는 또 찾아왔다. 2011년 블랙아웃 사태다. 공격적으로 발전설비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 실현과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단기간 발전량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민간발전사들에게 지금의 시장상황은 당시 기대와는 딴판이다.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내수경제도 제자리걸음이다. 전력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 않고, 발전원 중 가격도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를 주로 사용한다. 이로인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민간발전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전력수요 증가 대응 위한 '히든카드'

 

1967년 국내 민간발전이 처음 시작됐을 무렵,  동해전력과 경인에너지, 호남전력 등 3개 민간발전사가 설립됐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두 차례의 제한송전 사태가 발생,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을 때다. 이들은 우리나라 발전·전력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과 수급계약을 하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했다.

 

기대감을 갖고 출발했지만 민간발전사들은 초기 삐걱댔다. 전력설비 확충을 위해 설립됐지만 이후 전력 시장 안정화로 전력이 차고 넘친 탓이다. 동해전력(1972년)과 호남전력(1973년)이 도로 한전에 인수됐다. 경인에너지는 한화에 인수되며 한화에너지로 이름을 바꾼다.

 

이런 까닭에 업계에선 본격적인 민간 발전사업의 시작을 1990년대 중반으로 본다. 1993년 ‘장기전력수급계획(석탄화력 1기, LNG발전 2기)’을 통해 공식 검토된 이후, 1995년 민간발전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된 시기다. 

 

실제 당시 포항제철은 석탄화력, LG에너지 및 현대에너지는 LNG 발전 민간사업자로 이 시장에 뛰어든다. 대구전력은 이들보다 조금 늦은 1998년 민간발전사업권을 따내며 사업을 시작할 채비를 마친다.

 

포항제철은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 지분투자를 통한 발전사업 진출을 시도한다. 포항제철은 한화에너지에서 에너지사업이 분사한 한국종합에너지 지분을 코리아전력투자와 함께 절반씩 인수하며 포스코파워를 설립한다. 이후 2006년 3월 코리아전력투자가 보유했던 지분을 포스코가 모두 인수하며 포스코파워의 온전한 주인이 됐고, 2012년 회사명을 포스코에너지로 바꾼다.

 

 

실질적인 최초의 민간발전사업자는 LG에너지다. 이 회사는 충남 당진 부곡지구에 500MW(메가와트) 규모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2001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LG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GS그룹이 2005년 LG에너지 지분을 인수했고, GE EPS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에너지는 설립 이후 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다국적 전력기업인 메이야파워컴퍼니(MPC)에 인수됐다. 현재는 중국계 자본인 CGN에 넘어갔다.

 

대구전력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간발전사업을 포기하고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를 SK가 광양으로 사업권역을 이전하면서 시장에 참여했다. SK는 2004년 케이파워(K-Power)로 발전사업을 시작한 이후 SK E&S로 합병돼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주요 민간발전사는 오랜 시간을 거쳐 주인이 바뀐 ▲포스코에너지 ▲GS EPS ▲SK E&S ▲CGN(MPC)를 비롯해 신규 사업자로 볼 수 있는 ▲에스파워 ▲동두천그린파워 ▲평택에너지서비스 ▲포천파워 ▲GS동해전력 등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전력시장 4분의1 담당..값싼 원료가 우선

 

국내 전력시장은 발전과 송전 및 배전, 판매 등 4개로 역할분담이 돼 있다. 이 중 민간기업에게 개방된 분야는 전력 생산에 해당하는 발전시장이며 나머지는 한국전력 독점체제이다.

 

발전시장은 크게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6개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로 나뉜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발전공기업이 전체 시장의 75%, 나머지 25%의 시장을 민간발전사들이 지역별로 나눠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민간발전사들은 대부분 복합발전 및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복합발전은 1차적으로 가스터빈 발전을 하고, 이후 가스터빈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고온 배기가스에 남아있는 열량을 회수하는 배열회수보일러(HRSG)로 보내 증기를 생산,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민간발전협회에 따르면 복합발전 열효율은 약 50% 수준으로,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60%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시장은 변동비 반영 발전시장(CBP, Cost Based Pool)으로 연료비가 싼 발전기부터 가동되는 구조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과 석탄, LNG, 유류 순으로 가동된다.

 

국내 민간발전사들은 대부분 LNG를 원료로 하는 LNG복합화력발전을 하고 있다. 사업 허가 취득 시, 오염물질이 적은 LNG를 부여 받은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발전시장은 발전원료에 따라 수익성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지금처럼 전력 수요가 많지 않으면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가 우선적으로 가동돼 LNG복합발전소는 가동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발전사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등으로 시장을 양분했다면 민간발전사가 급증한 지금은 발전원료에 따라 발전사를 분류하는 것이 낫다”며 “발전공기업은 기저전원(원전·석탄 등)이며 일부를 제외한 민간발전사는 LNG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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