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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성당은 알아도 나노셀은 몰라요"

  • 2017.03.21(화) 18:04

삼성전자 임원들, LG제품 '전략적 무시'
"앞으로 TV는 새로운 경험 제공해야"

21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라움 아트센터 2층 대연회장. 삼성전자의 TV사업을 담당하는 김현석 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1주일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QLED TV' 글로벌 출시행사에서 체크무늬 재킷에 허리띠 없는 바지를 입고 나와 편안함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남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정장으로 격식을 차렸다. 삼성은 QLED TV 국내 출시를 앞두고 이날 미디어 초청행사를 마련했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본 적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선 가우디 성당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저는 그 성당에서 느낀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햇살이 지나면서 만든 찬란한 색이 성당 안을 아름답게 비추는 그 장면을…. 만약 가우디 성당에서 느낀 감동을 TV가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21일 서울 역삼동 라움 아트센터에서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화면을 등지고 토크쇼 출연자처럼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가던 김 사장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최고의 TV를 소개하겠다"며 QLED TV를 무대 중앙으로 끌어냈다. 삼성이 올해 1월 미국 가전박람회(CES)에서 "TV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선보인 제품이다.

QLED TV는 일반 TV보다 64배나 많은 10억개의 색을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 스스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컬러볼륨 100%'를 표현할 수 있는 TV"라고 내세웠다. 어떤 밝기에서도 색이 바래거나 뭉개지는 현상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사장은 화질이나 성능보다 앞으로의 TV가 우리생활에 어떤 기기로 자리매김할지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과거엔 세상과 우리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장치가 TV였지만 지금은 모바일과 PC 등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기기가 많아졌다"며 "이제는 기존의 TV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줘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을 땐 배경음악을 들려주는 오디오, 벽에 걸면 추억을 공유하는 사진앨범이나 미술작품이 되는 등 감성적인 장치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TV가 거실 구석에서 복잡한 케이블선을 늘어뜨린채 미관을 해치는 기기여서도 곤란하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이를 감안해 삼성은 눈에 잘 안 띄는 광케이블로 기존의 케이블선을 대체하고 벽에 착 달라붙는 장치(밀착 월 마운트)를 고안해 QLED TV가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되도록 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 제품디자인그룹 소속의 유재욱 씨는 "우리의 전략은 선을 철저히 숨기는 것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작업에 무려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삼성이 TV의 새로운 가치를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은 경쟁사인 LG전자를 의식한 측면도 컸다. 김 사장을 비롯해 한종희 부사장, 김문수 부사장 등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삼성 임원들은 LG전자의 '나노셀 TV'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나노셀 TV는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크기(10억분의 1미터) 입자를 덧입혀 화질의 선명도를 높인 제품이다. LG전자는 나노셀 TV가 삼성의 QLED TV보다 진화한 기술이 적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맞대응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초프리미엄급 제품인 QLED TV가 경쟁사의 프리미엄급 제품인 나노셀 TV와 동급으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다른 회사가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부사장도 "그런 제품(나노셀 TV)이 있었나"라며 모른 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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