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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와 기업의 닭값은 왜 다를까

  • 2017.03.27(월) 16:26

농식품부-업체, 가격논란때마다 제시하는 육계 시세 달라
가격 비교시점 달리 적용.."유리한 것만 본다" 비판

이마트가 최근 닭가격 인상안을 철회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인상 자제 협조요청'을 하면서다. 말이 협조이지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이마트에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회사 비비큐(BBQ)도 치킨가격 인상을 추진하다 접은 바 있다. 당시 농식품부는 BBQ를 상대로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언급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초기 여론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쪽에 우호적이었다. 치킨이 비싸진다는 기사에는 '닭가격이 내릴 땐 가만히 있더니'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세무조사까지 거론하자 '정부가 AI(조류독감)는 잡지 못하고 엉뚱한 닭값만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마트까지 닭가격 인상을 철회하자 정부가 기업의 자율권인 가격결정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부도 물러날 생각은 없는 듯하다.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다음달 3년치 생닭과 치킨가격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닭 시세 '해석'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가 "최근 닭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면, 기업들은 "닭값이 올랐다"며 반대 주장을 펼쳤다. 하나의 현상(닭값)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 것이다. 이같은 차이는 치킨가격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은 왜 다른 말을 하고 있을까. 현재 닭 시세는 농협, 축산물품질평가원, 육계협회에서 조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협시세를, 언론과 기업들은 주로 축산물품질평가원 지표를 닭가격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관의 통계를 쓴다고 닭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3가지 시세가 표본 차이에 따라 가격 수치는 다를 수 있지만, 패턴(흐름)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거 비교 시점'에 있었다.  '최근'에 대한 해석이 달랐던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육계 산지가격은 1867원(kg)이다. 3개월전보다 52% 올랐지만, 2주전보다는 20% 내렸다. 이를 근거로 기업은 '닭가격이 급등했다'고, 정부는 '닭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보고싶은 것만 보는 셈이다.

 

[그래픽: 김용민 기자]


6년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3월24일 육계 도매가격(kg)은 4159원이었다. 당시도 AI가 발병했다. 하지만 가격은 곧 안정됐다. 이후 6년간 육계 도매가격은 2000~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육계 가격 이외에도 인건비와 각종 수수료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육계 가격이 오를때만 이를 가격인상에 반영하고 내릴때는 말없이 넘어간다는 소비자의 비판도 새겨 들어야 한다. 정부도 기업상황은 고려하지 않은채 '가격 누르기'에만 나선다면 합리적인 물가관리는 아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유리한 데이터만 앞세워 논리를 펼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결정 모델을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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