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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수주목표 55억달러…먹힐까

  • 2017.03.28(화) 11:34

채권단 설득 위해 정공법 돌파로 승부수
수의계약외 경쟁입찰 수주 가능성 미지수

대우조선해양이 운명의 채무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23일 정부의 2차 지원 정책을 위해선 채무조정안에 대해 채권단으로부터 동의를 구해야 하는 까닭이다.

 

채권단 설득을 위한 전략은 정공법이다. 올해 수주목표를 55억달러 달성한다는 것. 하지만 업계와 시장에선 물음표가 쏟아진다. 조선업황 개선 가능성이 요원한 가운데 재무구조 악화로 공격적인 수주 활동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물음표 대부분을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지 부정적 시각이 만만찮다.

 

 

◇ ‘55억 달러 수주’ 승부수 던진 정성립 사장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목표로 특수선 10억 달러, 해양 15억 달러, 상선 30억 달러 등 총 55억 달러로 잡았다. 

 

올 들어 수주 규모는 현재까지 5억3000만달러(총4척).  여기에 총 7척의 LNG-FRS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설비)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 중 한 척은 오는 4월 중 본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LOI가 모두 실제 수주로 이어지면 총 16억1000만 달러 규모(척 당 2억3000만 달러)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47억4000만달러(55억달러-LOI 중 1척 포함 7억6000만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간 수주 목표치는 경쟁사인 현대중공업(59억달러)과 삼성중공업(65억달러)에 비해서도 결코 작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내세운 이유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해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조9000억원 신규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회사채 1조3500억원 및 CP(기업어음) 2000억원 중 절반은 출자전환을,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조정안을 내세웠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원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 플랜’ 절차에 들어간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55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채권자 입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목표가 현실성이 없다면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출자전환 이후 기업가치 하락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고,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만기가 연장된 채권도 회수가 어려운 탓이다.

 

특히 이미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초기 수주 목표의 10분의 1수준에 머문 15억5000만 달러 수주에 그쳤다. 이로 인해 추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 사채권자는 채무조정안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흑자전환 성공 뿐 아니라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내세워 채권단 설득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유다.

 

정성립 사장은 “올해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도 300% 조정해 이번 지원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면에서 위기를 겪지 않고 단단한 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채권자에게 강조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의 주식가치를 올려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만기 유예된 채권에 대해서도 회수에 염려가 없다는 점을 사채권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회복 더딘 시장, 약화된 경쟁력 이중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목표했던 수주 성과에 크게 못 미친 이유는 시장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다소 살아날 것이란 시장이 최악의 수주절벽 상황에 처하며 국내 조선 3사의 수주가 모두 부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누적 기준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는 120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85% 감소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업황이 바닥을 찍고 올해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교역증가율은 3.8%로 작년보다 1.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중 조선업 전망은 지난해 7월 26포인트에서 5개월 후인 11월에는 38포인트로 반등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업황이 가파르게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량은 작년보다는 늘어나겠지만 2013년이나 2014년 등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선박공급 과잉과 미국 경제 불확실성, 유가의 미약한 회복세 등은 건조 단가 상승을 제약해 올해도 선박 수출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살아나고 있는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고 108척 중 50척이 LNG 운반선이다. 대량생산을 통한 높은 생산성과 자사의 기술력을 통한 성과라는 게 대우조선 측 입장이다.

 

반면 이 같은 상황이 독이 될 수도 있다. 기존에 수주해 둔 LNG선이 많아 이를 건조하는데 주력해야 하는 까닭에 LNG선을 추가 수주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Yamal(야말) LNG선을 비롯해 단기에 많은 수주를 해 2017~2018년에는 기존에 수주한 LNG선을 건조하는데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신규 LNG선 수주는 경쟁사가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특히 경쟁 입찰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실제 정성립 사장은 “오래 거래를 했던 외국 선사가 대우조선해양이 선박을 좀 더 싸게 만들어 줄 순 없는 지 등의 요구를 해온 적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도크를 채우기 위한 저가수주 등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이나 친환경선박 시장은 국내 조선3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라며 “기존 파트너십을 활용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 경쟁입찰에서 수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당초 내세웠던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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