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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림산업, 9년만의 뚝섬 '재도전기'

  • 2017.03.28(화) 14:26

2008년 '한숲 e편한세상' 불운 겹쳐 쓴 잔
절치부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5월 선봬

대림산업이 서울 성동구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을 올 봄에 재분양합니다. 왜 재(再)분양이냐고요? '한숲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을 달아 분양에 도전한 지 9년여만에 다시 분양시장에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림으로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숙원 사업입니다.

 

주상복합을 지을 부지는 1980년대까지 뚝섬경마장이 있던 땅입니다. 부대시설로 9홀짜리 골프장도 있었죠. 경마장이 경기도 과천으로 옮겨진 뒤 서울시는 이 땅 일부를 서울숲 공원으로 조성했고,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가까운 땅은 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2000년대 들어 민간에 팔았습니다.

 

뚝섬상업용지는 4개 구역으로 나눠졌는데 성동종합체육센터가 있는 2구역을 제외하고 1·3·4구역이 모두 비싼 값에 팔려 당시에도 화제가 됐습니다. 2005년 당시 팔린 땅값이 3.3㎡당 5668만~7734만원이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사업을 완료한 곳은 1구역 하나뿐입니다. 이 땅은 시행사 인피니테크가 낙찰받아 한화건설이 주상복합 '갤러리아 포레'를 지었죠. 3·4구역은 각각 대림산업과 부영이 공사장 펜스만 쳐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호텔 부지인 4구역의 경우 피앤디홀딩스가 낙찰 받았다가 땅값을 다 내지 못하고 토해낸 뒤 2009년 부영이 사들였습니다.

 

대림산업은 3구역을 2005년 3824억원에 낙찰받았습니다. 땅을 산지는 12년이나 됐다는 얘깁니다. 대림산업 장부에는 취득액이 4029억300만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용적률 600%를 적용해 250m의 고층 주상복합을 올릴 수 있는 땅이죠. 그때는 '자고 나면 집값이 뛴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불타오르던 시기였습니다. 대림은 여기에 고층·고급 주상복합을 지어 팔아 회사의 '랜드마크', 상징 건축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51층 높이에 공급면적 기준 '100평'짜리(330.8㎡, 전용면적 235㎡) 196가구로만 구성한 주상복합 '한숲 e편한세상'이었습니다. 2개의 주동(住棟)은 유선형으로 외관을 뽑고, 각 층에 단 2가구 씩만 배치해 한강과 서울숲을 실내에서 3면으로 볼 수 있도록한 초호화 상품이었죠.

 

당시 분양가는 38억9940만~45억9800만원이었는데요. 지금 봐도 어마어마한 가격이죠. 당시 사상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운 갤러리아 포레(공급면적 377㎡ 52억5200만원)과 엇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대림산업은 견본주택도 없이 아파트를 판촉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열어두면 '아무나' 들여다본다는 판단에서였죠. 그래서 종로 삼청동에 조용한 사무실을 내고 부유층 자산가들에게 예약을 받아 계약 설명을 했습니다.

 

▲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투시도(자료: 대림산업)

 

하지만 워낙 비싼 땅인데다, 또 비싸게 팔아야 할 주상복합이다 보니 사업이 점점 늦어졌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던 때라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는 고가 주상복합이 시장에 선보이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기도 했고요.

 

결국 한숲 e편한세상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뒤, 더구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후인 2008년 3월에야 분양에 나설 수 있었는데요. 1~3순위 청약까지 85%에 해당하는 167가구가 미분양으로 남게 됐습니다.

 

당첨자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는 물론 당시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 정장율 전 대한전문건설협회장, 홍인표 전 신영기업 회장, 장세현 대원이엔지 사장 등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대림은 몇 달 뒤 회장까지 청약에 참여한 이 사업 분양을 취소하게 됩니다. 사업을 끌고가기에는 계약률이 너무 낮았던 탓이죠. 땅을 산 뒤 사업에 추가로 들인 돈 600억원은 그대로 매몰비용이 됐습니다. 그 뒤 흐른 시간이 꼬박 9년입니다.

 

 

대림산업은 사연 많은 뚝섬 주상복합을 오는 5월께 새로 분양할 예정입니다. 새 이름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라고 붙였습니다. 아파트 주동 층수는 48층(199m)으로 낮췄고, 주택은 전용면적 92~273㎡ 범위로 다양화 하면서 가구수도 280가구로 늘렸습니다.

 

외관도 과거의 유선형이 아닌 직사각형의 반듯한 모양으로 실용성을 더했습니다. 저층부에는 외부로 돌출되게 테라스 설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오피스 동은 광화문 '디(D)타워'처럼 직접 운영을 해 활성화한다는 복안입니다.

 

주상복합 분양가는 3.3㎡당 5000만원안팎의 고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교로운 것은 이번에도 부동산 경기가 다시 흐릿해진 시점이라는 겁니다. 물론 2008년 만큼은 아니지만요. 절치부심 끝에 9년만에 재개된 대림산업의 뚝섬 프로젝트, 그 결과는 이번에도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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